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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심 읽었으면 연금개혁 제대로 하라

말로만 '경제정당' 野 참패.. 與도 '무늬만 개혁'은 안돼
4·29 재·보궐선거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와 여당인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이번 선거는 4곳에서 치른 지역선거에 불과했지만 여야 수뇌부가 총출동해 판을 키운 탓에 전국선거처럼 되어버렸다. 유권자들은 유세에 나선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에게 고달픈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정권 심판이니 부자 증세니 하는 구호를 외친 야당 후보들이 지역 경제현안 해결을 공약으로 내건 여당 후보들에게 참패한 이유다.

선거 결과는 경제침체와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민생에 등돌리고 당리당략에 얽힌 싸움만 벌여온 정치권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담고 있다. 특히 말로만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실제로는 민생 경제를 외면해온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심판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여야가 이 같은 민심의 향배를 확인했다면 그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한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또 정부와 정치권은 공무원연금개혁과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야겠다.

가장 화급한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여야는 5월 6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협상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다가 협상기한이 임박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오히려 '무늬만 개혁'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시한에 쫓긴 정부·여당이 당초보다 대폭 후퇴한 개혁안을 수정 제안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재 7%인 기여율(급여에서 보험료를 떼는 비율)을 9.5%로 올리고 지급률(연금수령액을 결정하는 핵심 비율)은 1.9%에서 1.7(정부여당안)~1.79%(공무원단체안)로 낮추는 안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한다.

개혁안이 이런 식이라면 개혁은 하나마나다. 정부가 제안한 기여율 9.5%, 지급률 1.7%는 새누리당안 10%, 1.5%와 큰 거리가 있다. 김태일(고려대 교수)안, 김용하(순천향대 교수)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다. 여야가 지급률 1.75%에서 타결한다면 2085년까지 공무원연금에 투입해야 하는 재정자금은 1702조원으로 김용하안(1.65%)의 1592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추가 부담을 지게 된다.

연금개혁으로 절감한 재정을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에 투입하자는 야당의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야당은 국가 재정 파산을 막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이러니 연금 개혁에 대한 야당의 행태에 여론의 시선이 싸늘한 것이다.


지난 2009년의 공무원연금 개혁도 공무원단체의 조직적인 저항에 밀려 용두사미가 됐다. 이대로 가면 이번 개혁도 2009년 꼴이 날까 걱정이다. 여야는 30년 이상 놔둬도 괜찮을 획기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보고도 이런 식으로 개혁안을 협상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