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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계 14위 고임금에 임금투쟁이라니

구매력 기준 日과 맞먹어.. 피크제 도입 등 서둘러야

구매력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꽤 높게 나왔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15년 임금과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임금(4만6664달러·2014년)은 34개 회원국 중 14위를 기록했다. 13위 일본(4만6884달러)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세금까지 고려하면 순위가 더 높아진다. 세후 순수입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4만421달러에 달해 6위로 껑충 뛴다. 한국보다 많은 나라는 스위스·노르웨이·룩셈부르크·호주·네덜란드 5개국 뿐이다.

OECD 순위는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한다. 먼저 뿌듯하다. 어느 새 한국이 다른 어떤 선진국과 겨뤄도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잘사는 나라가 됐다는 게 통계로 드러났다. 구매력은 물가 등을 감안한 실제 소득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8700달러로 세계 29위에 랭크됐다. 구매력 기준 순위는 이보다 15단계나 높다. 이는 우리 정부가 그만큼 물가를 낮은 수준에서 잘 관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세후 소득이다. 사실 세계 6위는 깜짝 놀랄 만한 순위다. 그 뒤엔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이는 한국의 소득세 체계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정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최근 연말정산 파동을 서둘러 수습하는 과정에서 면세자 비율은 더 높아졌다. 1년 뒤엔 한국이 네덜란드나 호주를 제치고 5위권 안으로 진입할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 OECD 순위는 임금을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 노조 간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에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기업에 편중된 자원을 개인에게 풀어 소득이 성장을 주도하도록 하자는 거다. 이에 재계는 지금도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은 수준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도 완강히 거부한다. OECD 통계를 보면 재계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고임금 등을 이유로 한국을 떠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임금은 높을수록 좋다.
단 경제가 고임금을 떠받칠 수 있을 만큼 높은 생산성을 갖춰야 한다. 한국 경제가 과연 그런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의문이다. 구매력 기준 14위, 세후 6위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