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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크라우드펀딩을 벤처 불쏘시개 삼자

관련법 2년여 만에 통과.. 앞서간 美·中 따라잡아야

경제 활성화에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여당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불참 속에 단독으로 처리한 61개 법안 중에 이른바 크라우드펀딩법을 포함시켰다. 창업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소액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인 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제 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을까. 스피드가 생명인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한줄기 빛이 찾아온 셈이다.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다. 초기 창업기업에 딱 맞다. 현재 벤처캐피털은 매출 실적이 있는 성숙단계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국내 엔젤투자가는 500~600명에 불과하다. 수천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도움을 받기 힘든 구조다. 반면 크라우드펀딩은 수많은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중소기업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새롭고 선도적인 기술과 제품을 대중에게 직접 알리고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해외에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4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내용의 창업기업지원법(JOBS)을 제정했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필두로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 기업인 완다그룹도 최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총 50억위안(약 8912억원)을 조달했다. 창조경제연구회(이사장 이민화)에 따르면 한 벤처 창업의 미래가치는 170억원이라고 한다. 연간 1만개의 창업이 이뤄지면 170조원에 달하는 미래가치가 창출되는 셈이다. 16만8200개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한다. 실현만 되면 반가운 일이다.

이번 개정안은 일단 투자자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 같다. 일반투자자는 기업별 200만원 연간 500만원, 소득요건을 갖춘 자(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기업별 1000만원 연간 2000만원으로 한도가 결정됐다.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소액투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를 받은 기업의 대주주가 투자금을 '먹고 튀는(먹튀)' 폐단을 막기 위해 증권발행인은 1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는 보호예수 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1년으로 못을 박은 보호예수제도가 크라우드펀딩을 무력화한다는 주장이다. 창조경제를 선언한 정부답지 않다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은 태생적으로 투자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제 갓 나왔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 고쳐나가면 된다. 창의적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지천을 타고 큰 강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