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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면세점 같은 내수·서비스에 일자리 있다

관세청 4600명 고용 기대.. 카지노·호텔 인식 바꿔야

서울 시내면세점이 새로 선정됐다. 대기업 중에선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2개사, 중소기업 중에선 SM면세점이 뽑혔다. 제주 중소면세점 면허는 제주관광공사에 돌아갔다. 이돈현 관세청 차장은 10일 "신규 시내면세점 4곳이 3000억원의 신규 투자와 46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고용 효과는 늘 과장된다. 그걸 고려해도 신규 면세점들이 수천억원의 투자와 수천명의 고용으로 이어질 것임은 분명하다.

면세점 신규 면허는 특히 고용 측면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면세점은 대표적인 내수·서비스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면세점들이 외국계 명품 브랜드의 판매실적만 올려준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면세의 특혜를 대기업들이 누리는 것에 대한 눈길도 곱지 않다. 하지만 고용창출 면에서 보면 이 같은 불만은 사치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고용을 말한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좋은 예가 선상 카지노다. 지난 5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크루즈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해당 지역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이른바 오픈 카지노를 고용이 아닌 정책의 관할권 또는 육상 카지노와의 밥그릇 싸움 차원에서 접근한 결과다. 이후 유 장관은 입을 닫았고, 오픈 카지노 건은 쑥 들어갔다. 더불어 국내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 기대감도 폭삭 가라앉았다.

보건의료 분야 개방정책도 기득권 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정치인들의 반대에 막혀 있다. 대한민국 수재들만 모인 의료계는 당장의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 제 발목을 잡고 있다. 이래선 세계 일류 의료업체가 나올 수 없다. 정치권은 의료 영리화 또는 민영화 불가라는 낡은 틀에서 한발짝도 나올 뜻이 없어 보인다. 그래놓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꽉 틀어쥐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한국 의료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도 의료계와 정치권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제 역량을 썩히고 있다.

관광분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면세점 신규 면허는 중국관광객(요우커)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관광객들에겐 쇼핑 못지않게 숙소도 중요하다. 하지만 호텔 확충을 뒷받침할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은 대중(對中)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범정부적 요우커 모시기에 나섰다. 엔저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리스 청년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은 나라엔 미래가 없다.
우리 청년실업률은 지표상 10% 안팎이지만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다. 면세점에 이어 청년층 고용절벽 공포를 줄일 내수·서비스 정책이 속속 나와야 한다. 새로 라이선스를 받은 면세점 사업자들이 고용창출의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