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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더 많은 '김기사 M&A'가 나와야 한다

벤처기술 쉽게 사고파는 인수합병 시장 형성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김기사' 앱을 언급한 뒤 벤처자금 회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김기사'와 같은 (자본)회수 시장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다음카카오는 '국민내비 김기사' 앱을 만든 벤처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김기사'를 인수한 뒤 카카오택시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박 대통령의 '김기사' 발언은 시의적절하다. 벤처 생태계는 자금의 입구 못지않게 출구가 중요하다. 출구는 곧 자금 회수를 뜻한다. 고위험을 감수하는 벤처의 특성상 출구는 필수적이다. 종래 자금 회수는 기업공개(IPO) 방식이 많았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이나 중국의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했고, 창업자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하지만 IPO는 벤처 가운데 일부 상위 랭커에만 해당된다. 지금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미스터 IPO'로 불리는 세계적인 재무학자 제이 리터 교수(미국 플로리다대)는 지난달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벤처 기업가들은 삼성, 오라클, 구글 같은 대기업에 '팔기 위해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좋은 기술을 더 비싼 값에 파는 게 벤처의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M&A가 벤처 선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는 달리 국내 벤처들의 M&A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비율(금액 기준)은 2.1%에 그쳤다. 이 연구원의 장정모 연구위원은 그 대응책으로 "M&A 전문 중개기관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될성부른 벤처를 발굴해 가치를 평가한 뒤 관련 세제·회계·금융 업무 등을 일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연초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벤처 M&A에 특화된 증권사 육성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2년여 만에 창조경제의 토대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전국에 혁신센터도 속속 들어섰고, 크라우드펀딩법도 통과됐다.
작년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는 총 1조6400억원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M&A는 벤처 씨앗을 좋은 열매로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더 많은 '김기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