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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추경 놓고 정치공방 벌일 여유 없다

野 "세입추경 전액삭감"공세.. 대안 없는 발목잡기는 안돼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번주부터 시작됐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여야가 추경 규모와 편성 내역에 대해 큰 이견을 드러내며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어 자칫 투입 시기를 놓쳐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늦지 않게 민생 살리기에 나서려면 20일까지는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졸속 심의는 안 된다"며 이달 안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추경안 심사와 관련 △세입추경(5조6000억원) 전액 삭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예산(1조2000억원) 전면 재조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원 예산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추경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선심성·비상식적 추경"이라며 "세입보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세금이 걷히지 않는 것을 추경으로 메우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추경이란 게 결국 나랏빚이고 보면 야당의 비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날로 엄중해지는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선제적이고 과감한 추경 투입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내수 및 수출 부진에 메르스·가뭄 피해와 그리스 사태·중국 증시 불안정 등 대외여건 악화까지 겹쳐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크게 낮췄고 일부 민간연구소들은 2%대 중반까지 하향조정했다. 위중한 시기에 추경안의 세부항목을 놓고 한가롭게 정치공방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부는 세입추경과 관련해 "세입보전은 세출확대와 효과가 동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또한 일리가 있다. 이번만은 세입추경 문제를 넘어갔으면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추경안의 145개 세부사업 중 36개 사업, 45개의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과 사업계획·사전 절차 등의 준비가 미흡한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선심성 추경이 아니며 지적된 사업들은 모두 구체적 집행계획을 마련해뒀다"고 반박했다.

국회는 SOC 예산을 철저하게 심의해 선심성 사업을 잘라내주기 바란다.
물론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신속하게 심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살리기와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추경안의 빠른 통과가 관건이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