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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초이노믹스가 남긴 교훈

주택시장 과열에도 경제 못살려.. 고름 든 환자에 수액 처방만
경제회생 출발점은 구조개혁

[염주영 칼럼] 초이노믹스가 남긴 교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임이 임박했다. 곧 총선을 위해 지역구로 내려간다. 그는 지난해 7월 세월호가 몰고온 한파 속에 얼어붙은 경제의 해결사로 긴급 투입됐다. 재임기간은 1년5개월. 이제 그가 내린 진단과 처방을 복기해볼 시점이다. 그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현 여권에는 경제라면 한가락 한다고 자부하는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그런 속에서도 그는 재임기간 내내 실세 부총리였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실렸다. 취임하자마자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4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쏟아냈다. 언론도 그를 전임자들보다 한 끗발 높게 예우했다. 그의 정책을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부총리에게 그런 별칭을 달아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출발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경제에서는 효율이 가치판단의 중요한 기준이다.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을 따져봐야 한다. 그 점에서 그의 정책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그는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을 거의 다 동원했다. 예산을 적자로 운용했고, 그도 모자라 기금과 공기업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썼다. 금융 쪽도 동참했다. 한은은 네 번의 금리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아웃풋은 빈약하다. 올해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고, 1인당 국민소득이 줄고, 수출도 줄었다. 특히 무역 1조달러 시대가 5년 만에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돼 씁쓸하다. 소비는 긴가민가하고 투자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는 부동산시장에 공을 들였다. 부동산시장을 살리면 그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파트시장이 과열을 걱정하는 단계에까지 왔지만 확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는 못 살리고 집값만 올려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도 얻은 것이 별로 없다.

반면 출혈은 컸다. 최 부총리는 역대 부총리들 가운데 가장 '큰손'이었다. 빚으로 조달되는 불건전 재원을 가장 많이 동원했다. 재정과 금융에서 풀린 돈은 고스란히 국가와 가계에 엄청난 빚으로 돌아왔다. 초이노믹스 1년5개월 동안 국가부채는 60조원(중기재정운용계획 기준), 가계부채는 100조원 정도 늘었다. 그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은 향후 경제 운용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세월호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경제가 쌍코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초이노믹스의 정책 선택은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리더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초이노믹스 실패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얼까.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은 구조개혁이다. 경제가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 있으며 그런 경우 일정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회복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장기간 침체될 때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 부총리는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 같다.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재정.금융의 확대정책이 필요치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선행되거나 최소한 병행됐어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최 부총리가 4대 구조개혁을 정책에 포함시킨 것은 취임 후 거의 반년이 지나서였다. 기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1년이 훨씬 지나 퇴임이 거론되는 시점이었다.

고름을 빼내야 새살이 돋아나는 법이다.
우리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갉아먹는 비효율과 낭비적 요소들은 고름과 다를 바 없다. 최 부총리는 고름이 몸에 가득 찬 환자에게 외과적 수술(구조개혁) 없이 수액주사(재정 및 금융 확대정책)만 놓았다. 나중에야 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이미 늦었다. 처음부터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섰다면 결과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