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염주영 칼럼] 중국은 구조개혁중

산업 재편과정 소음·파편 튀지만 공사 끝나면 경쟁력 더 강해질 것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대비해야

[염주영 칼럼] 중국은 구조개혁중

중국이 경제와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다. 그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이 심하다. 불똥과 파편이 글로벌 경제로 튄다. 바로 옆집인 우리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의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은 그런 소음과 불똥, 파편들이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면 중국 경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기업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중국이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을까.

중국이 하고 있는 공사를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구조개혁이다. 중국측 용어로는 '공급측개혁(供給側改革)'이라고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한 향후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개념이다. 위기의 해법을 수요가 아니라 공급 쪽에서 찾자는 것이다. 비효율적 기업들을 솎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경제를 짓눌러 온 기업부채라는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세계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신흥국 기업부채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라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신흥국은 사실상 중국을 지목한 것이었다. 중국의 기업부채는 지난 10년 동안 10조달러가 늘어났다. 그 결과 기업부실과 은행부실이 양산됐으며 이로 인해 중국발 금융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거품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의 일본(132%)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4조위안(약 7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꺼내든 것이 화근이었다. 이 돈이 철강.시멘트 등 굴뚝산업에 유입돼 공급과잉을 불러왔다. 이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화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증시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과거의 방식(총수요 확대 위주의 정책)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공급측 개혁은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자원.인력.자본 등의 투입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함수 자체를 바꿔 생산효율을 최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의 고도화와 기업의 효율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전략하에서 무능한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국유기업의 과다부채와 굴뚝산업의 과잉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좀비기업에 대한 과감한 퇴출작업이 예상된다. 반면에 감세를 통해 유망 분야에 대한 지원은 강화된다.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정보.문화.금융.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개편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의 구조개혁 작업이 성공할까.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은 증시 폭락을 축복해야 한다"는 요지의 칼럼을 실었다. 반복되는 중국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역설적 비판을 담았다. 이 칼럼을 쓴 사람은 조 장으로 '정치인.기업인: 중국의 국가부문은 실패할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다. 실패 쪽에 무게를 둔 듯하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경착륙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식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방의 시각도 대체적으로 유사하다. 증시 폭락이나 기업 연쇄부도 사태가 속출하겠지만 이것이 국가부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공급측개혁, 즉 구조개혁은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성찰의 결과다. 우리 경제도 성장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본질상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경합도도 높다. 중국이 구조개혁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한층 더 강해진 중국 기업들과 상대해야 한다. 위협이 커지지만 기회도 커질 것이다.
우리도 구조개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래야 중국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다. 유일호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