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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굿바이 서울 전성시대

지역 경제활동 지표 최하위, 인구도 5년동안 28만명 줄어..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해야

[염주영 칼럼] 굿바이 서울 전성시대

서울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가 꽤 오래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러나 그런 신호음이 도처에서 들려오니 이제는 귀를 틀어막아도 불가항력이다.

통계청은 최근 '2015년 지역경제 동향'을 발표했다. 이 자료는 경제활동을 생산, 소비, 고용, 물가, 건설, 수출, 인구 순이동 등 7개 항목으로 구분해 지난 1년 동안의 실적을 지역별로 집계했다. 서울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17개 지역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이 줄었다.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끝에서 두 번째였고, 소비와 고용 증가율도 끝에서 세 번째를 기록했다.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은 수출과 건설수주 2개 항목에 불과했다. 건설수주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따른 아파트 과열 경기를 반영한 것이다. 수출이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하나 여전히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생산, 소비, 고용 등 핵심적인 경제활동 지표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2015년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서울의 위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해에만 13만7300명이 서울을 빠져나갔다. 순유출 인구의 숫자와 비율 모두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전출자의 60%는 전출 사유로 전셋값을 꼽았고, 전출자의 62%는 전출지로 경기도를 선택했으며 나이는 30~40대가 많았다. 서울의 인구는 2010년(1057만명)에 정점을 지났으며 이후 5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줄어든 인구는 28만명이나 된다. 웬만한 도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말 현재 1029만명인 서울의 인구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쯤에는 100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 950만명, 2040년에는 910만명대로 줄어든다는 것이 서울시의 전망이다.

예부터 도시의 번영은 인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인구가 늘어나는 곳은 번영하고 줄어드는 곳은 쇠퇴했다. 1960년에 서울 인구는 245만명에 불과했다. 이후 산업화 바람을 타고 학교와 일자리 등을 찾아 사람들이 서울로 밀려들었다. 전국에서 이촌향도(離村向都) 흐름이 대세를 이뤘다. 그 흐름을 타고 서울은 3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인구 1000만명의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그 후로도 서울이 계속 성장.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느끼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류가 바뀌고 있었다. 탈(脫)서울을 결행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값, 전셋값 때문만이 아니었다. 전셋값 파동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심상찮은 흐름이 감지됐다. 주변에서 귀농.귀촌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처음엔 고작 연간 수백~수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1만명선을 넘어서더니 2012년 2만7000명, 2013년 3만2000명, 2014년 4만4000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서울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니었다. 서울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찾아 자발적으로 서울을 떠난 것이다. 최소한 그들에게만큼은 서울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지방분권화의 흐름은 그런 조류 변화에 불을 댕겼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들이 지방 곳곳에 들어서면서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들이 그 대열에 가세했다. 탈서울은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시대적 현상으로 굳어져 가는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를 생각하면 '사람은 태어나면 경기도나 제주도로 보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도시의 발전에 있어 인구가 다는 아닐 것이다.
서울이 과밀인구를 덜어낸다면 더 쾌적하고 경쟁력 있는 대도시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하루 출퇴근에만 세 시간 이상 허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공룡 같은 이 도시가 과연 살 만한 도시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울 전성시대가 막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