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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영국의 EU 탈퇴 순조로울까

[fn논단] 영국의 EU 탈퇴 순조로울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예상외의 결과로 주요국의 금융과 주식시장 등은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였지만 이제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일 올해 세계 경제전망에서 브렉시트로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은 브렉시트가 초래한 불확실성으로 0.2%포인트 하락하고(원래 1.9%에서 브렉시트 후 1.7%) 내년에는 0.9%포인트 떨어질 것(원래 2.2%에서 1.3%)으로 IMF는 전망했다. 해리 포터의 나라 영국이지만 과연 EU 탈퇴 협상을 마무리한 후 마법을 부려 이 정도의 성장 하락을 만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영국은 EU로부터 탈퇴하고 EU와 새로운 무역 및 안보 관계를 맺어야 한다. 영국 교역의 절반 정도가 EU로 가는 상황에서 영국은 EU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 탈퇴를 희망하는 국가가 유럽이사회(EU 회원국 정상회의)에 이런 의향을 전달하고 EU와 협상을 진행해 2년 안에 협상을 마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8만쪽이 넘는 EU의 조약과 규정 등을 감안해 볼 때 2년 안에 협상을 마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2년 안에 협상을 종료하지 못하고 27개 EU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협상을 연장하지 않으면 영국은 EU를 탈퇴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게 최악의 경우다. 순조로운 탈퇴 협상은 탈퇴 후에도 많은 분야에서 과도기를 두어 충격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탈퇴와 함께 영국이 EU와 제한된 단일시장을 유지할지 등을 새롭게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늦추는 이유는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일단 발동하면 2년 안에 협상을 마쳐야 한다. 지난 6일에야 테리사 메이 총리가 취임했고 협상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탈퇴 협상은 내년 1월쯤에야 시작될 것이다.

영국은 EU 탈퇴('이혼')와 새로운 무역관계를 동시에 협상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2년이라는 협상시한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양자를 연계시켜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EU는 '이혼'과 새로운 관계 협상을 별개로 벌이려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EU 탈퇴의 길을 선택한 영국. 앞으로 협상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내년 4월에 프랑스 대선, 9월에 독일 총선이 치러진다. 유럽통합을 반대하고 반이민 강령을 앞세운 프랑스의 민족전선(FN)은 영국처럼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한다. 브렉시트가 대선의 쟁점이 되었기에 프랑스의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영국과의 탈퇴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독일은 일단 원만하게 영국과 탈퇴 협상을 하는 게 모두의 이익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선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독일은 EU 운영의 근본원칙인 단일시장-자유이동 허용이라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내년부터 시작될 영국의 '이혼' 협상 과정이 종종 순탄치 않을 듯하여 수시로 국제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발 리스크가 EU 리스크가 되기에 철저한 모니터링과 대책이 필요하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