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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재미없는 여야 대표 경선

대어급 없이 상호 비방.. 대선주자들은 장외서 몸풀기
'그들만의 리그'에 여론 무관심

[오풍연 칼럼] 재미없는 여야 대표 경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다음 달 9, 27일 각각 치러진다. 그런데 영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국민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선 시기적으로도 날짜를 잘못 잡았다. 한창 휴가철에 대회를 여니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당권에 도전한 후보들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하다. 후보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 없다.

흥행이 저조한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유력 주자들이 모두 빠진 까닭이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를 김 빠진 맥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두 당 모두 대권과 당권을 분리했다. 대권 주자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빠지며 훗날을 도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도 있긴 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비박(非朴)계 유력 후보를 밀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비박계 후보가 자신의 대권 도전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는 모두 6명이 나섰다. 친박(親朴)계 이주영.이정현.한선교 의원, 비박계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 등이다. 여기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홍문종 의원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둘 다 뜻을 접었다. 무엇보다 당선을 장담할 수 없고, 선거 패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감안한 것 같다. 출마자 가운데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후보는 없다. 유승민 의원은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원희룡 제주지사는 군불만 지피고 있다.

여당 전당대회는 또다시 김무성.서청원 의원 간 대결로 흐를 공산이 크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대규모 세 과시를 했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 의원도 27일 소속 의원 50여명과 만찬 회동을 했다. 당 대표 선거도 염두에 뒀음은 물론이다. 서 의원도 대선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당 대표를 비박계에 호락호락 넘겨줄 리 없고, 친박계가 뭉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민주의 전당대회 역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어(大魚)들이 없는 탓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김부겸 의원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빠졌다. 박영선 의원도 나오지 않았다. 정청래 전 의원도 지난 2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다보니 고만고만한 후보끼리 이전투구하고 있는 양상이다. 추미애.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범(汎)주류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이종걸 의원만 비주류다. 그러나 비주류는 세가 워낙 약해 변수가 못 된다는 평이다.

주류 후보들이 친노(親盧).친문(親文)에만 구애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두 진영의 지지를 확보해야 당권을 거머쥘 수 있다고 여기고 있어서다. 셋은 김해 봉하마을에도 다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도 만났다. 친노 의원과 지지자들의 지원을 받기 위함은 물론이다. 더민주 대표 경선은 문재인 전 대표가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문은 4.13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계보가 됐다.

문 전 대표와 함께 대권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장외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이들 역시 대선 캠프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둘 다 외부 인사를 만나고, 과외수업을 받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더민주도 당권보다는 대권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게 사실이다. 딱히 흥행을 끌어올릴 만한 인물도 없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국은 정치지형을 무시할 수 없다.
내년 대선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당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예전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을 게 분명하다. 스타 탄생은 물 건너간 셈이다. 선거는 재미도 있어야 하는데….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