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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재외국민 보호 현장을 가다(2)] 위기 발생시 현지 대사관·행정기관과 협업.. 응급조치·사후처리 총괄

프랑스 위기대응센터
세계 재난·재해 모니터링.. 이상 징후땐 즉각 조치
자국민 안전 위협 상황.. 위기대응팀 신속 가동

#1 2014년 여름, 말리를 향해 비행 중이던 에어 알제리의 여객기 AH 5017편에는 54명의 프랑스 국민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프랑스 위기대응센터(CDCS)가 가동되기 시작했고 핫라인(콜센터)이 개설됐다. 사고수습을 담당하는 인원이 말리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사고는 비극적이었고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프랑스 위기대응센터의 목표는 감식반 소속의 전문가들과 현지 대사관, 외교부 등과 협력해 사고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2 같은 해 12월, 쿠바의 한 지방도시에서 41명의 프랑스 국민을 태운 버스가 전복됐다. 이 소식은 프랑스 위기대응센터에 즉시 보고됐고 파리와 쿠바 현지가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관계자들은 버스 탑승자들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고 지역의 행정기관과 연계망을 구축했다. 여행사, 보험사와도 소통했다. 41명 중 희생자 하나 없이 모두 최상의 상태로 구출됐다. 신속성, 민첩성, 순발력이 어우러져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두 사례는 프랑스가 위기·재난에 대응할 때 어떤 가치를 최우선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협업과 신속성이다.

[선진 재외국민 보호 현장을 가다(2)] 위기 발생시 현지 대사관·행정기관과 협업.. 응급조치·사후처리 총괄
프랑스 위기대응센터 내 콜센터 직원들이 걸려오는 전화 문의에 응대하고 있다.

【 파리(프랑스)=김유진 기자】 2008년 프랑스 외교.국제개발부(MAEDI)는 세계에서 빗발치는 각종 위기상황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위기대응센터를 세웠다. 센터는 외교부 소속이지만 대체로 자율적이다. 위기 가능성을 예측하는 일뿐만 아니라 실제 위기발생 시 응급조치와 사후처리까지 총괄한다. 장관 직속기구로 존재하며 24시간 쉼 없이 운영된다.

프랑스 위기대응센터는 재외국민 관련 사건.사고 대응뿐만 아니라 타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업무도 맡고 있다. 우리 외교부가 재외국민 보호과, 재외국민 안전과와 별도로 인도지원과를 운영 중인 것과 다르다. 센터에는 외교관과 인도지원 전문가, 의사, 심리학자 등 7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행경보 등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Conseils aux voyageurs)에는 연간 800만명이 방문한다.

■빠른 의사결정이 경쟁력

사람의 목숨이 달린 사건.사고 해결을 위해서는 신속성이 제1의 가치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위기현장에 비용과 인력을 투입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런 점을 반영한 듯 프랑스 위기대응센터는 프랑스 외교부 장관과 직접 소통하도록 조직됐다. 장관 비서실과 위기대응센터장 집무실이 불과 10m 거리에 마주보고 있다.

위기대응센터 1층에서 만난 안느리즈 공보담당관은 기자에게 "업무 강도가 그만큼 세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그만큼 빨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파리 7구역에 위치한 위기대응센터를 찾은 건 유로 2016이 개막해 파리 전체가 축구열기로 들끓던 지난 6월 말이었다. 센터 1층에 위치한 상황실의 하루는 1초도 허투루 쓸 새 없이 숨가쁘게 돌아간다. 직원들은 일주일을 7일로 쪼개고, 하루를 24시간으로, 1시간을 다시 60분으로 나눠 쓰고 있다. 불과 반년 전 파리 한복판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테러의 악몽 때문인지 센터 전체에 소리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재난.재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각 조치를 취하는 게 상황실 직원들의 주된 업무다. 주간.야간팀으로 나눠 근무하는데 주간팀은 매일 600개 이상의 언론과 웹사이트, 블로그와 각종 게시판을 점검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은 프랑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긴급상황이 벌어지면 최신 통신장비를 즉각 가동시켜 분산돼 있는 정보와 인력을 한 지점으로 모은다.

상시조직인 센터 소속으로 움직이는 위기대응팀(Crisis unit)은 대규모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시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필요에 따라 타 정부기관, 민간기구, 시민단체 등과 협력하기도 한다.

[선진 재외국민 보호 현장을 가다(2)] 위기 발생시 현지 대사관·행정기관과 협업.. 응급조치·사후처리 총괄

■스스로 안전의식 가져야

위기대응센터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취재 내내 자국민 스스로 갖는 안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물론 국민 스스로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뒤에서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철학 아래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리안' 서비스다. 2010년 말 개설된 아리안은 해외로 가는 프랑스 국민이 관련정보를 등록하면, 현지 정보와 위험요인에 대해 문자나 e메일로 안내해 준다. 주로 단기여행자를 대상으로 한다. 장기체류자들의 정보는 현지 대사관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파트리스 파올리 위기대응센터장은 들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아리안 서비스에 접속해 알제리 지도를 클릭하고는 "납치된 프랑스인이 1명 있다는 경보가 뜬다"며 "여행자에게 '내가 다니는 거리 어딘가에 또 다른 납치범이 있을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25만명 이상의 프랑스 국민이 해외로 떠나면서 이 서비스에 정보를 입력했다. 여기서 전송된 메시지는 2014년을 기준으로 450종류가 넘는다.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콜센터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영사 콜센터와 닮았다. 콜센터는 24시간, 최대 4000건까지 전화문의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네팔 지진 당시 이곳으로 1만8500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느리즈 공보담당관은 "평시에는 각자 업무에 집중하지만 비상시에는 콜센터에 즉각 집결해 문제해결에 매달린다"고 설명했다.

july20@fnnews.com*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도 기획취재 지원사업(2차)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