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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추미애 대표에 바란다

[데스크 칼럼] 추미애 대표에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에 대구 출신의 5선인 추미애 의원이 선출됐다. 60여년 야당사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수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미애호(號)의 숙제는 무엇보다도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구축하는 데 있다. 추 대표가 어떤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지, 향후 대선국면에서 추 대표에 대한 평가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추 대표는 더민주를 수권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 당내 계파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는 대부분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다. 비주류는 단 한 명도 지도부 입성에 성공하지 못해 당의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당대회 전부터 이미 친문 지도부 탄생이 예견돼 왔다. 4·13 총선 직전 문재인에 반대하는 비주류 세력들이 대거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친노 세력이 문재인 전 대표를 옹립하는 친문으로 분화하고, 선호하는 차기 대선후보에 따라 세력분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중도 및 비주류의 불만도 여전하다. 당을 통합하지 못하면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둘째, 당을 대선후보들의 플랫폼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대선관리 프로그램을 미리 만들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경선에 참여하게끔 당의 문호를 친문 체제에서 개방해야 한다. 이번 전대처럼 당심이 85%가 반영된 경선룰로는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당 안팎의 그 누구도 후보경선에 뛰어들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권에서 얘기되는 '이대문(이대로 가면 문재인이 대선후보)'으로 대권은 필패 구도가 된다.

셋째, 추 대표는 야권 통합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더민주의 경선에 때맞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호남을 방문했고, 무등산을 등정하는 등 전통적 야권 지지층인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나섰다.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은 전당대회에 불참한 채 전남 강진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입당을 또다시 제안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손 전 상임고문이 전대에 불참한 채 강진에서 박 위원장과 회동하며 '뉴스'를 만들어낸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정치권에서 친박과 친문 진영을 빼고 합치자는 제3지대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추 대표는 이들 대선주자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운동권 정당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책무도 추 대표에게 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면 우리는 단호히 맞서겠다"며 '선명한 야당' '강한 야당'을 천명했다. 그러나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수의 집권당이었으나 지나친 이념화와 국민 편가르기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번 전대 결과가 '친문 싹쓸이'로 나타나 다시 운동권 정당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면 소위 '싸가지 없는 진보'의 타성을 버리고 '따뜻하고 품격 있는 진보'로 당의 DNA를 바꿔야 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해놓은 중도층으로 외연 확대를 무효로 만들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추 대표는 민생에 협조하는 야당을 구현해야 한다.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에 협조할 건 시원스럽게 협조해야 한다.
이것이 4·13총선에서 나타난 협치의 정신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야권과 정치를 살리는 '추다르크'로의 부활도 결국은 그에게 달려 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