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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겸청(兼聽)'이 필요한 환경장관 후보자

[차장칼럼] '겸청(兼聽)'이 필요한 환경장관 후보자

당나라 제2대 황제인 태종 이세민의 연호는 '정관'(貞觀)이다. 흔히 알고 있는 '정관의 치'는 당 태종의 훌륭한 정치를 칭송하는 말이다. 그의 치세(治世) 배경 중 하나는 독선과 아집을 부리지 않고 부하의 간언을 충실히 들으려는 마음가짐이었다.

태종이 죽은 뒤 사관 '오긍'이 그와 중신들이 주고받았던 대화를 책으로 엮은 '정관정요'를 보면 간언에 대한 일화가 여러 개 나온다.

정관 원년, 태종이 중신들에게 "군주와 신하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다. 양쪽의 호흡이 잘 맞는다면 나라에 평화가 온다. 짐은 어리석지만 다행히 그대들이 짐의 잘못을 고쳐줬다. 부디 앞으로도 나라의 평안을 위해 거리낌 없이 간언해주기 바란다"고 청했다.

그러자 중신 원규는 "'아무리 굽은 나무라도 먹줄을 따라 자르면 곧은 재목을 만들 수 있다'"면서 "과거의 훌륭한 군주에겐 일곱 명이나 되는 신하들이 간언을 했는데 신 역시 부족하지만 미력을 다해 충실히 간언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관 2년, 태종이 이번엔 위징에게 물었다. "현명한 군주와 어리석은 군주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그가 답했다. "현명한 군주는 겸청(兼聽)하고, 어리석은 군주는 편신(偏信)합니다. 군주가 겸청해 아랫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신하들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이 없어지고, 신하의 마음이 반드시 군주와 통할 것입니다."

뜻 그대로 겸청은 두루 듣는다는 것이고, 편신은 한쪽으로 치우쳐 신뢰한다는 의미다. 겸청이라도 모두 짜고 하나의 의견으로 통일한다면 편신이다.

태종은 겸청과 편신을 구분할 줄 알면서도 여러 의견을 충실히 들었다. 오히려 간언이 없어지는 것을 이상히 여겨 신하들에게 매번 독촉하기도 했다. 태종은 이를 잘 지킨 덕분에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주 전체회의를 열고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제 조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장관에 임명된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도 있었다. 주된 관심은 경제관료 출신인 조 후보자가 낯설고 복잡한 환경분야 수장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느냐 여부였다. 조 후보자가 경제 우선주의로 일관했던 공직자라는 점을 감안해 경제부처에서 '트로이의 목마'로 환경부에 넣은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제와 경제부처 논리에 매몰돼 해마다 힘을 잃어가고 있는 환경과 환경부의 현실을 바라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이다. 환경 분야에선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청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들린다.

우려의 해결은 조 후보자가 "환경 가치에 최우선을 두는, 그동안과 다른 각오를 가지고 접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머릿속에 경제를 지우고 수십 년 동안 환경을 놓고 고민했던 환경분야 공직자와 전문가들의 간언을 겸청할 필요가 있다. 당 태종도 즉위 전과 후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군주였다. 다만 정관정요가 강조하는 겸청은 신하들의 의견을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발표하는 '앵무새' 또는 '대독' 군주와는 다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