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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기정사실로.. 정부 '물류대란' 대책 준비

청산절차 밟을 가능성
은행들 충당금 미리 쌓아.. 금융시장 충격은 적을듯

국내 1위 원양선사인 한진해운의 운명이 이번 주에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채권단은 그동안 유지해온 채무유예를 끊고 한진해운은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후속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기정사실화

28일 채권단과 한진해운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절차(자율협약)를 지속할지 결정하는 안건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제시한 뒤 30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25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최대주주(지분율 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부족자금 발생 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책임자인 정용석 부행장은 다음 날인 26일 약식 브리핑을 열고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1000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은 4000억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일반 시나리오에서 내년까지 1조원, 최악의 경우 1조7000억원까지 부족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율협약을 지속하면 채권단이 내년까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3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식 의결절차를 앞둔 채권단이 확정적인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애초 한진해운은 전체 차입액 중 은행 대출 비중이 낮은 탓에 채권자 간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강제성이 낮은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려운 구조였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모델을 따라 지난 5월 4일 체결한 자율협약도 용선료 인하와 회사채 만기 연장, 해운동맹 가입 유지를 전제한 조건부 협약이었다. 자율협약이 무너지면 한진해운이 추진하던 용선료 인하 협상과 이달 사채권자 집회를 통한 회사채 만기 연장도 무산된다.

■금융시장 파장 적을 듯

채권단의 추가 지원 거부 결정으로 자율협약이 다음 달 4일 종료되면 은행권의 채무상환 유예조치가 모두 끝나는 만큼 한진해운은 그 이전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물류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용석 부행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세계 해운시장에서 화물은 적고 선박은 많은 상태"라며 "선박이 없어서 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가 법정관리에 가는 것은 전례가 없는 만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이전부터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해 온 금융권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데다 사채권도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분산해 수용하고 있어 금융시장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금융 부문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의 지원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한진해운은 기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부의 최종 지원 가능성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정상화 방안 실패 시 채권단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