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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 열세 몰린 與, '秋風'에 속수무책

추경안 처리 지연 관련 의사일정 보이콧땐 역풍
이정현 "수의 권력 남용".. 해결방안 못찾고 비판뿐
(秋風 :추미애 대표 강경노선)

수적 열세 몰린 與, '秋風'에 속수무책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운데)와 조원진 최고위원(왼쪽), 주광덕 예산결산위원회 간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가 거론됐지만, 이정현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을 안했고, 의원들 간에는 이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서동일 기자

새누리당이 추가경정예산 처리지연에 따라 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으면서 강경노선으로 전환했다. 새누리당은 추경안 관련 여야 합의 파기책임을 야당에 돌리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높였다.

그러나 야당을 규탄할 뿐 집권여당으로서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는 등 여소야대 정국인 20대 국회의 수적 열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약속을 깼다고 지적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정당이란 걸 스스로 보여줬다"면서 "(국회 의석)수의 권력을 이렇게 남용하는 정당이 앞으로 집권하면 국정을 마음대로 농단할 것이란 걸 국민은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약속이 지켜지는 국회가 돼야 하는데 이것이 번번이 파기되는 모양을 보여 참으로 암담하다. 앞으로 이런 '반칙왕' 야당을 상대로 어떻게 국회 운영을 해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추경안 처리 본회의에 앞서 안건점검 차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여당 의총은 야당을 규탄하는 성토장으로 변했다. 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예산증액은 위헌소지 행위로, 야당이 헌법질서를 유린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전날 세월호 농성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행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아울러 여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단호한 자세의 각오를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야당의 행보에 강경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추경안은 물론 다른 현안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다수의 야당이 공조하면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전날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고, 수적으로 우세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지방교육채무 상환 예산 등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돼 여야 충돌을 초래했다. 지난달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예비비를 사용 목적과 다르게 썼다는 이유로 책임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내용이 포함된 안건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바 있다.

해당 상임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날치기'라며 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했지만 규탄과 사과 요구 이외에는 국회 선진화법 하에서 야당의 의사 진행 움직임에 제동을 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달 1일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집권여당 입장에선 야당의 강행 처리를 막을 뚜렷한 수단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간 이견이 있을 경우 90일간 조정 절차를 갖도록 하는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요구 등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시간벌기에 불과하고, 수많은 쟁점 사항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하거나 합의 파기 선언 등도 대응 방법으로 꼽히지만 여당에겐 자충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여당 지도부의 협상력 강화는 물론 유연한 자세와 명분 확보를 통해 소수 정당의 의석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당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야당 지도부와 확실한 합의를 이끌어 낼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을 우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