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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애플에 '세금 폭탄'… 美-유럽 갈등 고조

美, 자국기업 해외수익에도 세금 부과하고 있어
유럽서 수십조 세금 걷으면 美의 세수 줄어들기 때문

애플이 유럽에서 최대 수십조원 규모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를 회피하는 다국적기업에게 납부하는 세금인 '구글세' 논란이 애플에게 적용되면서 세금 납부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 누가 세금을 낼 것인가를 놓고 양측간 힘겨루기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아일랜드가 애플에 불법적인 세금 혜택을 줬다고 보고 애플에 막대한 추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추징금은 EU가 그간 부과한 금액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WSJ는 애플이 납부해야 할 추징금은 최대 190억달러(약 21조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EU가 부과한 최고 세금 추징액은 프랑스 에너지그룹 EDF에 내린 14억유로(약 1조7400억원)였다.

EU는 아일랜드가 애플에 명목 법인세율인 12.5%에 한참 못미치는 1% 미만의 세금을 어떻게 부과해 왔는지 3년여간 조사해 왔다. EU는 조사 결과와 추징금 규모를 담은 보고서를 30일 발표할 예정이며, 내용은 130페이지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결정문에 따라 아일랜드는 애플에 대한 세금을 새로 산정해야 한다.

EU는 아일랜드가 애플의 직원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낮은 세율을 부과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5500명을 고용 중이다. 이를 반영해 아일랜드가 낮은 세율 혜택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등은 유럽 내에서도 낮은 세율로 유명해 다국적기업의 본사로 선호되는 곳이다.

지난 1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일찌감치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과 이 사안을 놓고 직접 만나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쿡 CEO는 "공정한 심사가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분명히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어 FT는 EU가 애플에 내린 조치로 유럽과 미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EU가 '초국가적 세금 집행기관'이 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갈등이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 WSJ는 미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활동으로 생겨나는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일랜드가 애플에 세금을 추가 추징할 경우, 미국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해외에서 915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나왔으며, 이 중 33%를 본국에 세금으로 납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밖에서 낸 세금 비율은 한자릿수였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해외 수익 대부분이 미국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어 WSJ는 "미국 기업이 유럽 국가들에 먼저 세금을 지불하기 시작한다면, 기업들은 미국에 한푼도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달 7일 미국에서 아이폰7과 신형 애플워치 등 애플의 신제품이 공개되는 가운데, 약 1주일을 앞두고 EU가 이같은 발표를 하며 매출 둔화로 고전 중인 애플의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아이폰과 애플워치 모두 판매가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출시하는 제품도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