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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예산안] 복지예산 대폭 늘려.. 야당의 '친서민 프레임'에 선제대응

군 장병 지원 대폭 증가.. 영유아 독감 무료접종
장기흡연자 폐암 검진.. 행복주택 4만8000호 공급
창업성공패키지 도입

[2017년 예산안] 복지예산 대폭 늘려.. 야당의 '친서민 프레임'에 선제대응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7년 예산안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불씨가 꺼져버린 후에는 아무리 풀무질을 해도 다시 살려내기 힘들 듯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며 "지금이 바로 추경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 회복의 불씨를 살릴 적기"라고 강조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내년 예산안은 대선 정국을 앞두고 거세질 정치권발 '표(票)퓰리즘'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가 강하다. 특히 최근 자체 세법개정안 등을 통해 '부자증세' '법인세율 인상' 등을 내세우며 친(親)서민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는 야권을 경계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등 생활과 밀접한 복지예산은 늘린 반면 대형 건설사업이나 연구개발(R&D) 등 비교적 실생활 관련도가 적은 예산은 졸라맸다.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사병 월급인상, 모든 내무반 에어컨 설치, 영유아 무료 독감접종 등 국방.복지.고용에 드는 돈만 전체 예산의 40%가 넘는다. 복지예산은 130조원, 국방예산은 40조원을 각각 처음 넘었다. 반면 경기부양 기여도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조원가량 줄었고, R&D예산 증가율도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

■'역(逆)표퓰리즘' 예산안

30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예산안'에는 군 장병 지원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기획재정부와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장병지원 사항들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정치권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내년 국방예산은 40조3000억원으로 처음 40조원을 넘어서 연간 나라살림의 10%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400억원을 들여 전국 3만709개 병영 생활관에 에어컨을 보급하고 이를 부담없이 켤 수 있도록 전기료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병사 봉급도 20만원 가까이로 오른다. 2012년 상병 기준 9만8000원이었던 월급은 내년에는 19만5000원으로 두 배가량 인상된다. 병사 급식비 단가도 올해 7334원에서 내년에는 7481원으로 올린다.

경기도 포천, 강원도 인제 등 전방지역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이 면회.외박할 때 이용할 수 있는 휴양시설도 건립된다.

정부는 또 300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영유아(생후 6~59개월) 독감 예방접종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가필수예방접종은 15개에서 16개로 늘어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독감예방접종은 소아과에서 접종하면 일인당 2만5000~3만원이 든다.

장기흡연 중고령자에게 무료로 폐암 검진을 해주는 사업도 내년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지원대상은 만 55세 이상 74세 이하 흡연자 중 담배를 하루 1갑씩 30년 이상을 피운 8000명이다. 이 사업에는 29억원이 투입된다.

■복지.일자리에만 나라살림 3분의 1 쏟아

내년 보건.복지와 고용 관련 예산은 6조6000억원(5.3%) 늘어난 130조원으로 맞췄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지난 25일 사전브리핑에서 "이 중 4조6000억원은 의무지출"이라고 말했다. 제도에 따라 해마다 수혜자 수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부분 등을 언급한 것이다.

정부는 복지 중에서도 주택과 출산, 양육을 아우르는 '저출산 극복'에 예산 편성의 방점을 찍었다. 먼저 신혼부부, 청년층 등에 제공되는 맞춤형 행복주택 공급량을 올해보다 1만가구 많은 4만8000가구로 늘린다. 혼인기간 5년 미만 조건에 맞는 부부들은 정해진 지역의 아파트를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임신.출산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소득조건 없이 난임시술비를 전액 지원한다. 총 9만6000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저소득층에 대한 난임시술비 지원 수준(190만원→240만원)과 횟수(3회→4회)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10.7% 이상 늘어난 17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증가율로는 내년 예산분야 중 가장 높다.

정부는 특히 청년창업을 촉진키 위해 팀당 1억원씩 총 500개 팀을 지원하는 '창업성공패키지'를 도입,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150억원 규모의 대학 창업펀드도 새로 조성된다. 대학 전용창업자금도 기존 10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늘린다. 기재부 구윤철 예산총괄심의관은 "청년들이 돈이 부족해서 새로 사업을 못한다 하는 얘기는 안 나오도록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성과가 미흡한 일자리사업은 과감하게 폐지.감액해 내년에 3600억원, 2020년까지 1조6000억원 규모를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SOC.R&D는 숨고르기

문화융성 기조도 이어진다. 내년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6.9% 늘어난 7조1000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중장기계획(2016~2020년)상 연평균 증가율인 6.8%보다 0.1%포인트 높다. 송 차관은 "국정 운영의 큰 한 축이 문화융성인 만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OC는 지난해 23조7000억원에서 21조8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8.2%) 빠졌다. SOC 예산은 '2016 예산안'에서도 전년 대비 6.0% 감액된 데 이어 올해는 감소율이 더 커졌다. 지난달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 정부안에서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송 차관은 "새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정치적인 것보다는 사업의 합리성 위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 국회를 거치면서 늘어나는 SOC부문 예산이 3조~4조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결국에는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내년 R&D 예산은 19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2020년까지 R&D 예산 증가율 목표를 연평균 1.5%로 잡고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창의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한편 내년 지방으로 내려가는 돈은 올해보다 7.4%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교부세가 36조1000억원에서 40조6000억원으로 12.5%,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41조2000억원에서 45조9000억원으로 11.4% 증가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