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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핵잠수함

세계 최초의 핵추진잠수함인 미국의 '노틸러스호'가 건조된 것은 1954년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디젤기관을 사용했다. 내연기관의 특성상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 이상 잠항하기 어려웠다. 또 연료가 떨어지면 기지로 돌아와야 했다. 이런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한 것이 핵잠수함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가공할 에너지를 실감한 미국은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 개발에 착수했다.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노틸러스호는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일반 디젤잠수함이 물 밖으로 자주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하는 물개라면 노틸러스호는 물속을 휘젓고 다니는 상어에 비유됐다. 잠항 시간이 길고, 속도가 빠르며, 소음과 진동이 적어 음파탐지도 어려웠다.

핵잠수함은 핵에너지를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말한다. 핵잠수함은 그 용도에 따라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SSN, 핵무기를 탑재한 SSBN,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SSGN으로 구분된다.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개국이다. 미국은 지난 1955∼1970년 사이에 모두 108척의 잠수함을 건조했는데 3척을 제외하고는 105척 모두가 핵잠수함이었다.

우리나라도 핵잠수함 보유국 명단에 오를 뻔했다. 노무현정부는 2003년 핵잠수함 개발을 위해 극비리에 해군에 사업단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변국의 반발로 1년 만에 무산됐다. 당시 군 당국은 4000t급 수척을 개발, 2012년 이후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북한이 최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여권 핵심부에 다시 핵잠수함 도입론이 일고 있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실질적인 대비책' 마련을 지시했으며 정진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군 당국에 핵잠수함 도입을 검토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1~2년 안에 SLBM을 실전 배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핵무기 소형화 기술까지 갖추게 되면 우리 안보는 극도로 위험해진다. 요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러나 북한 잠수함이 몰래 남쪽으로 내려와 SLBM을 발사한다면 사드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핵잠수함 개발이 실현될지 의문이지만 핵잠수함을 보유한들 SLBM을 100% 방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5000만의 안보가 걱정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