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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위안화 굴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9년 초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달러를 대체할 슈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주장해 전 세계적인 논쟁을 유발했다. 기축통화는 말 그대로 기본축이 되는 통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기축통화는 황금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7월 미국·영국 등 44개 연합국 대표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 모여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결정했다. 수명이 다한 금본위제 대신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해서 금과 연동하는 금환본위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추락하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금환본위제 포기를 선언했다. 그 뒤로 브레턴우즈 체제는 막을 내리지만 달러는 기축통화의 자리를 지켰다.

'닉슨 쇼크'에 앞서 1960년대 후반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 급증과 유럽 및 일본의 경제성장으로 세계 통화질서는 위기를 맞는다. 국제거래에 필요한 유동성 수요는 늘어나는데 금의 생산에는 한계가 있고, 달러를 찍어내다 보면 미국의 적자가 확대돼 달러 신인도가 떨어지는 딜레마가 커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긴급 보완책이 IMF에서 1969년 도입한 SDR다.

쉽게 말해 SDR는 IMF가 발행하는 돈이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달러를 찍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IMF는 188개 회원국이 출자 비율에 따라 SDR를 배분받고 그 한도 내에서 인출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은 뼈아픈 추억이 있다. 당시 한국은 IMF로부터 155억SDR(210억달러)를 제공받아 위기를 넘기는 데 한몫했다.

1930년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옮겨갔듯이, 2008년 금융위기는 또 다른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바로 G2로 부상한 중국 위안화의 등장이다. 저우 인민은행장의 발언 이후 7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10월 1일이면 위안화는 SDR 기축통화(바스킷)에 편입된다.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이어 다섯 번째다. 비중은 10.92%로 달러(41.73%), 유로(30.93%)에 이어 당당히 3위다. 세계 화폐(위안화 굴기)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