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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겹친 한국 경제, 성장판 닫힌다

대기업 줄줄이 좌초, 파업, 김영란법.. 하반기 성장 전망 1%대로 추락
올 하반기 성장률 한경연, 1.7%로 낮춰
내년은 2.2% 전망

악재 겹친 한국 경제, 성장판 닫힌다
한국 경제의 성장판이 급속히 닫히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GDP)이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 경제가 3% 경제성장률 시대에 재진입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참담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최소 400만명 이상을 규율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 시행과 지진 등으로 꺼져가는 내수경기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가 상승과 공급과잉 여파로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 효자산업들은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런데도 현대차를 비롯해 노동계는 총파업으로 생산성 악화에 보란 듯이 기름을 붓고 있다. 경제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여소야대' 지형 속에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외면하면서 경제위기의 '진원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성장률 1%대 추락

2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하반기 경제전망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2.6%)보다 낮은 2.3%로 낮춰 잡았다. 이는 상반기 3.0%였던 성장률이 하반기 들어 1.7%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세계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여소야대 국회, 일부 산업 구조조정,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내수회복 여건도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경연은 내년에 대외 불확실성에 대내 부양여력 약화로 저물가·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성장률이 2.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연은 소비자물가도 올 0.8%, 내년 1.1% 상승하는 데 그치며 저물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평균환율 하락,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수요위축 등이 물가압력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봤다.

기업들도 하반기 경기를 최악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10월 전망치가 96.0으로 5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넘지 못했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것이다.

■김영란법.파업.정쟁…경제활성화는 '뒷전'

최근 한국 사회에서 경제살리기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당장 지난 28일 김영란법 시행 직후 내수산업은 '메가톤급' 타격이 현실화됐다. 외식, 화훼, 레저관광 등 소비재산업 전반이 뿌리째 휘청거리고 있다.

전국 꽃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 과천 화훼단지는 초상집 분위기다. 과천 화훼단지의 한 대표는 "대부분 화웨농가가 8월 이후 매출이 작년의 10분의 1 수준도 안 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임금인상과 성과연봉제 저지 등을 이유로 파업에 나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대표적 귀족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380개 협력사가 뭉쳐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요청했다. 생존의 기로에 선 '을'의 반란인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기 단체들을 중심으로 현대차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민생을 이끌고 경제살리기를 주도해야 할 국회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문제 등으로 극한 대치하며 국감 파행을 지속하고 있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출범부터 향후 4년간 경제활성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기업인들의 자조가 쏟아졌다"며 "내수와 수출이 사면초가인데도 경제민주화법 관철에 애쓰는 야당의 행태는 무책임을 넘어 무지에 가깝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세계 경제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