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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칼럼] 현대車 '파업불패' 신화의 종말

노조 억지 요구에 일단 파업부터
매번 백기 드는 경영진도 문제..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이재훈 칼럼] 현대車 '파업불패' 신화의 종말

계 자동차업계에 현대자동차는 여러모로 경이로운 존재다. 업계에서는 왜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대차의 임금(평균 연봉 9600만원)이 세계 1위를 다투는 도요타(8351만원), 폭스바겐(9062만원) 보다 많은지, 그리고 고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동조합이 왜 매년 파업을 반복하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비용.저효율의 굴레에 갇힌 현대차가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해답을 찾으려면 현대차 노조와 독특한 노사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현대차 이전에는 미국 GM 노조의 명성이 자자했으나 2009년 GM이 파산보호(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세가 죽어버렸다. 경쟁사인 도요타는 65년째 무파업 중이다. 이처럼 노조의 시대가 저문 지 오래됐지만 현대차 노조는 건재하다.

1987년 출범한 현대차 노조에 파업은 '전가의 보도'다. 노조가 지난 30년간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1994년, 2009~2011년 등 4년뿐이었다. 노조는 '파업 불패' 30년 신화를 쌓아왔다. 파업이 격렬해질수록 결국엔 '승리의 찬가'가 높이 울려퍼졌다. 회사 측이 노사협상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해왔기 때문이다.

노조의 파업과 공장 점거에 사측이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다. 직장폐쇄는 요건이 까다로운데다 기업 신인도와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대체근로 투입은 불법이다. 그렇다 해도 현대차 사측은 지난 30년간 대책없이 노조에 질질 끌려다녔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회사에 손실이 생긴다. 올해는 24차례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사상 최대인 3조1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임금인상 요구액보다 커지면 노조 요구를 들어주곤 했다.

사측은 파업이 끝나면 격려금.성과급을 두둑히 안긴다. 파업기간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아 임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노조는 별 걱정하지 않는다. 며칠만 잔업.특근을 하면 손해가 충분히 보전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파업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만 해도 회사 측은 노조가 파업하면 노무 담당 임직원에게 책임을 물어 갈아치우기 바빴다. 연봉 1억원의 직장이 그렇게 탄생했다. 파업의 대가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소비자, 지역.국가경제가 치른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해외공장만 건설했다. 현재 현대차의 국내생산 비중은 36%에 그친다. 울산공장은 더 이상 주력 생산기지가 아니다. 과다한 노동비용에 따른 당연한 해외 이전이다. 국내공장이 오그라들면 노조의 위상도 약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최근 겹치기 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영업이익은 4년째 줄어들고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파업으로 내수.수출이 급감해 세계 3위 자동차 수출국,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자리를 각각 멕시코, 인도에 내줬다. 리콜을 소홀히 했다가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파업을 참다 못한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들이 현대차에 대해 불매운동을 불사하겠다며 경고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가 다시 파업하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노조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회사가 어려워지건 말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건 말건 그저 '내 몫'만 챙기겠다는 노조의 행태가 더 이상 지속될 수는 없다. 공장을 당분간 못 돌리더라도 이번에 '파업 불패' 신화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회사 측의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정부도 필요하면 긴급조정권을 동원해야 한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