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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꼭 지켜라

자동부의제 사실상 무력화.. 정치권 협치정신 발휘하길

여소야대 이후 정기국회 첫 예산심의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국회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듣는다. 이어 25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간다. 그러나 벌써부터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법정시한(12월 2일) 안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예산안 심의는 불안요인이 많다. 무엇보다 야권이 국회권력을 장악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야권은 과반 의석과 함께 국회의장과 예결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정시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2월 2일에 정부안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도록 규정한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정부안이 상정돼도 야권이 이를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타협을 끌어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여당의 양보도 기대하기 어렵다. 야권이 정부안을 부결시킨다면 여론의 거센 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국회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여야는 법인세 인상과 누리예산 배정을 둘러싸고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율을 각각 3%포인트와 2%포인트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놓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율은 인하가 세계적인 조류여서 새누리당이 물러설 여지는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법인세 인상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국회의장이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자동부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보인다. 여당이 실력저지에 나선다면 국회 기능마비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 설혹 법인세 인상안이 야권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여야 관계와 국회.청와대 관계가 극한대결 국면으로 치닫게 되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시기적으로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것도 여야의 정쟁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이미 야권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과 관련해 일전불사의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대를 돌파한 슈퍼 예산이다. 그만큼 면밀한 심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법정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40일에 불과하다.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생을 위한 각종 사업들이 지장을 받게 된다. 새해 예산안 심사만큼은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기 바란다. 법정시한 안에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식물국회나 동물국회가 재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