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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추가 규제설에 청약시장은 더 과열

택지공급 줄이니 서울 선호.. 강남권 규제론에 강북 쏠림
수요자들 "정부 규제에 주택공급 줄어들 것"
강남 규제 소문에 마포 등 강북으로 청약 몰려
투기 분위기가 시장 전체에 깔린 것도 원인

부동산 추가 규제설에 청약시장은 더 과열


#.서울 여의도에 직장을 다니는 김 모씨는 지난주 여의도의 A은행에 들렀다. '신촌숲 아이파크' 등 최근 서울 분양단지에 청약을 할 예정이었다. A은행 상담원은 "고객님의 경우는 금리 4% 정도로 최대 8000만원까지 가능하니 당첨되시면 계약금을 맞추는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 "최근 신촌숲 아이파크뿐 아니라 신촌그랑자이 청약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가신 분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위의 김 씨 사례처럼 최근 정부가 곧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에 규제를 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서울 강북쪽으로 투자처를 옮겨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기형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공급 과열해소를 위해 분양보증 한도 제한, 주택공급 조절에 나선데 이어 최근에는 투자과열지구 지정,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 이른바 강남 주택시장만 겨냥한 규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 발표 가능성이 제기된 후 서울에서 분양을 시작한 단지들이 잇따라 청약 경쟁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택지공급 줄이니 서울지역 각광, 강남 누르니 강북이 부상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신촌숲 아이파크' 395가구(특별공급 제외)에 대해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무려 2만9545명이 몰려 평균 74.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북 최대 경쟁률이다. 직전 최고경쟁률은 마포한강 아이파크가 기록한 55.9대1이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가 전용면적 59㎡만해도 6억원이 넘는 상황인데 이처럼 청약통장이 많이 몰린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용면적 59㎡A는 무려 177.6대1을 기록했으며 84㎡의 경우도 35~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대형인 111㎡도 7.3~15.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84㎡의 분양가는 7억5000만~8억원 수준이며 111㎡은 9억원이 넘어 은행권에서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일찍이 청약전부터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이 3000만원 안팎은 거뜬하다는 말이 돌아 청약이 쉽게 마무리 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강남권 규제 가능성에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강북쪽으로 이동하는게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 풍선효과는 이미 한참전에 시작됐다. 정부가 더이상 택지지구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분양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평균 100대 1, 최고 13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서울지역 주택이 더욱 희소성을 띠게 될 것을 우려해 청약이 대거 몰린 것이다. 또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이달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에는 1600여가구 분양에 총 3만6017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됐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버뷰는 평균 306대 1이라는 서울시 최고 청약률 기록을 세웠다.

강남권 규제론이 나온 10월 들어서는 서울 청약통장들이 비강남권으로 집중됐다. 이밖에도 성북구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에는 1만1994개, '마포 한강 아이파크'에는 9112개, '신촌숲 아이파크'에는 2만9545개의 서울 소재 청약통장이 몰렸다. 최소 1만여개에서 최대 3만여개 이상의 통장이 새 집 마련을 신청한 것이다.

■강남 규제론 커질수록 서울 시내 분양 흥행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25개 자치구 중 14개 자치구의 아파트 가격이 최고점을 돌파했다. 이같은 가격 상승의 주 원인은 강남권 재건축이다. 이는 또 기존 주택가격의 상승과 신규 분양 시장의 열기로 이어져 계속해서 청약경쟁률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가 분양보증 한도 제한과 주택공급량 조절을 담은 지난 8.25 대책을 발표한 후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과열된 분양시장을 식히기 위해 중도금 대출 강화를 내세웠지만 택지 공급이 줄어 전체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수요자들이 대거 움직인 것이다.

김현서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서울의 경우 신규택지에서의 추가 공급이 아니라,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정비사업이기 때문에 공급과잉 예외지역이기도 하지만 8.25 대책은 수요자들이 공급을 줄인다는 것에 집중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생각에 오히려 청약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권을 겨냥한 유령 규제가 한 주 동안 주택시장을 강타하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감정원,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전주 대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 송파구는 강남권 규제설에다가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 층수 문제까지 겹쳐 31주만에 하락세(-0.17%)를 보였다.

■'청약=로또' 인식하에선 규제 효과 없을 것

업계에서는 이같은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를 서울지역의 만성적인 공급부족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높은 청약경쟁률이 투자세력의 유입이라기 보다는 가입 후 1년만에 신청 자격이 되는 등 청약 1순위 문턱이 낮아진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분양시장은 저금리와 정부 대책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지난해 수도권 청약통장 자격을 완화해 진입 장벽 낮추고 여기에 저금리 때문에 갈 곳 없는 돈이 분양시장에 몰리면서 '당첨만 되면 수천만 원의 웃돈을 먹을 수 있다'는 투기 분위기가 시장 전체에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올해 각종 대출 규제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런 과열 양상을 당장 잡기는 어렵다"면서 "강남은 잡는다고 잡히는 시장도 아니다. 오히려 강남 규제 얘기가 나오면서 마포 등의 대체지에 또 투기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나왔을텐데 이들이 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일부 지역은 실제 호가가 낮춰진 매물이 나고 있는데 대책이 시장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기 전에 풍선효과부터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