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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탄핵 이후 난국 수습할 복안 있나

국정혼란 격화 감당하겠나..결과에 조건없이 승복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오는 9일 국회의 탄핵 심판대에 오를 모양이다. 막다른 골목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4월 퇴진' 당론 수용의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탄핵 열차'를 세우기에는 이미 늦은 듯하다. '촛불 민심'에 움찔한 여당 비주류가 '대통령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 당론에서 이탈하면서다. 탄핵이야 헌법에 규정된 절차지만, '그 이후'가 안 보인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대통령만 탄핵하면 만사형통일 것 같지만 흙먼지 자욱한 국정 난장만 더 어지러이 펼쳐진다면 누가, 어찌 감당할 것인지 궁금하다.

서울 강남의 평범한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순실씨가 국정을 분탕질했다면 이를 자초한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은 큰 불상사 없이 평화적으로 6차례 촛불집회를 가지면서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추위에 떨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난국 수습의 책임까지 떠맡을 순 없지 않은가. 대책 없이 탄핵 외길로만 치닫고 있는 정치권의 행보가 그래서 사뭇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금도 잃은 태도가 불길한 조짐이다. '국회 촛불 시위'로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압박하려는 친문(親文) 인사들의 언행을 보라. "9일 해가 뜨면 여의도 국회 외곽을 인간띠로 감싸고 해가 지면 촛불로 감싸자"(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서 할 말을 잃게 된다. 탄핵 표결은 의원들의 자유의사를 보장하기 위해 비밀투표로 하게 되어 있는 데도 대놓고 법치주의를 깔아뭉개려는 건가. "충동적 민주주의에서 이성의 민주주의로 가야할 때"라고 한 원로(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의 충언이 새삼 와 닿는다. 평화적인 촛불 시위가 옥석 구분 없이 수많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 만든 중국식 '문화혁명'으로 치달아서는 곤란하다.

야권이 탄핵이 민심의 명령이라고 믿는다면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지 '부결시 국회 해산' 같은 초헌법적 엄포를 놓을 일도 아니다.
탄핵안 가결 시 황교안 총리가 대행을 맡는 게 차기 대선구도상 유리하지 않다고 봤다면 진작에 청와대의 책임총리 제안을 수용했어야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 의결 뒤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헌정 질서를 거스르는 뒷북일 뿐이다. '탄핵 열차'를 멈추기 어렵다면 가결되든 부결되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임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