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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공간정보산업 성공하려면

[차장칼럼] 공간정보산업 성공하려면


그 제국의 지도 제작기술은 너무 완벽했는데 한 도(都) 지도의 크기가 시(市)만 했고, 제국 지도의 크기는 도의 크기와 맞먹었다. 지도제작청은 그 터무니없는 지도 크기에도 만족하지 못해 1대1 축척의 제국 지도를 만들기에 이른다. 제국 지도의 모든 지점은 제국 곳곳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했다. 후손들은 선조들만큼 지도에 집착하지 않았고, 일말의 자비도 없이 그 지도를 태양과 겨울의 냉혹함에 맡겨버렸다. 현재 그 지도는 갈가리 찢겨 서부 사막지대에 남아있는데 짐승과 거지들이 눌러앉아 있을 뿐이다. 이제 이 땅에 지도학자들의 유물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지도 앱(app)을 쓸 때마다 필자는 보르헤스가 쓴 이 초단편소설을 떠올린다. 텍스트의 영어 제목은 '과학에 대한 정밀함(On Exactitude on Science)'인데 내용으로 보자면 '과학에 대한 집착' 정도가 되겠다. 이 20세기 작가가 아직도 살아남아 스마트폰을 쓴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오늘날의 지도는 보르헤스의 지도와는 너무나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크기는 한없이 작아져 스마트폰 액정 속으로 들어갔지만 사용자의 손바닥 안에 매칭된 데이터는 무한증식 중이다. 1차원적 데이터 위주 성장에서 벗어나 전통적 지리학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교통망과 토지정보 등 메타 데이터가 여러겹 덧씌워졌다.

공간정보산업의 빅뱅이 도래했지만 국내에선 갈 길이 멀다. 올해 국토부가 지정한 7대 신산업 중 하나지만 몇 가지 딜레마가 있다. 실측 데이터를 개방해 무료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여기서 첫번째 딜레마가 발생한다. 초기에는 개방할 만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의 범위가 한정적이지만 데이터 종류가 늘어남에 따라 표준화 작업을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딜레마는 성과 문제다.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단위로 완벽하게 공용화하는 이상적 환경이 조성됐다 해도 열매는 주로 민간기업들이 따먹게 된다.

원론적인 문제는 예산이다. 공간정보망을 담당해야 할 국토정보공사(LX) 얘기다. 명백히 현재 공간정보 기간망인 '공간정보포털'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지만 현재 LX가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은 0원이다.


기술 발전으로 공간정보 활용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앱도 위치기반서비스(LBS)를 빼놓고서는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공간정보산업이 초기진입에 성공할지, 아니면 보르헤스의 지도로 전락할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ksh@fnnews.com 건설부동산부 김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