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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살생부’ 176곳… 금융위기 이후 2년 연속 최대

금융당국 부실등급 평가에 워크아웃·법정관리 수순
자동차·조선 등 부진 여파.. 전문가 “내년이 더 심각”

‘중기 살생부’ 176곳… 금융위기 이후 2년 연속 최대

중소기업 176곳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등급을 받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이는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로써 한계 상황에 이른 중소기업 수는 5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국내 주력 업종들의 부진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향후 미국 금리인상 뒤 커지는 이자 부담으로 생사 갈림길에 설 중기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6일 발표한 '2016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구조조정 대상(C.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176개로 지난해보다 1개 늘었다. 이 가운데 2곳이 상장사였으며, 업종은 70%가 제조업이었다. 국내 주력 산업들이 휘청하면서 관련 중기들이 그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계기업을 대폭 정리했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대다. 수치는 2009년 512개에서 그 후 2년 연속 줄었지만 그 뒤 다시 늘어 올해까지 계속 증가세다. 실제 2011년 77개로 낮아진 뒤 2012년 97개, 2013년 112개, 2014년 125개, 2015년 175개로 확대된 것이다.

올해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세부평가 대상으로 삼은 중소기업 수는 2035개로, 이는 지난해보다 101개나 증가한 수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금감원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이거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 자본이 완전잠식된 회사 등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세부평가를 한다. 그 대상이 2000개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중기 신용위험도를 A∼D 네 등급으로 나눠 이 중 C.D등급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부실 징후가 있지만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으면 C등급, 정상화 가능성이 없으면 D등급으로 분류했다. 올해 C등급 중소기업은 70개로 지난해보다 1개 많다. 이들 기업은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7일 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경영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퇴출 기업으로 볼 수 있는 D등급의 경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105개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채권은행의 추가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에 나서야 하며 이 작업이 제대로 안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구조조정 대상 중기 업종은 제조업에 집중됐다.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의 침체 직격탄을 관련 부품 중기들이 맞은 셈이다.
조선, 건설, 철강, 해운, 석유화학 등 5대 경기민감 업종 기업은 26개사로 전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14.8%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 중소업체들이 중대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의 중기 규모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