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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뛰는데… 꿈쩍않는 수신 금리

은행 주담대 상승 한달넘어 평균 3%대 후반까지 올라
예·적금 금리 여전히 1%초반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때 잇달아 내리던 모습과 대조

대출금리 뛰는데… 꿈쩍않는 수신 금리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세로 돌아선 지 한달이 넘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평균 3%대 후반까지 올라섰지만 예.적금 금리는 여전히 1%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하향 조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에 비해 예.적금 금리인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까지 자금을 유치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일 은행연합회와 은행권 등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최근 연 1.10~1.63%를 나타내고 있다. 이 중 1.63% 금리를 제공하는 NH농협은행의 '왈츠회전예금2'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리가 1.5% 미만이다.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최근 수신금리를 올렸지만 대부분의 은행 수신금리는 변동이 없다. KEB하나은행은 '두리하나' 예금금리를 1.3%에서 1.4%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적립식 상품인 두리하나 적금 금리도 만기에 따라 0.1~0.2%포인트씩 올렸다. NH농협은행도 앞서 '큰만족 실세예금' 금리를 소폭 인상한 바 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은행들이 연이어 수신금리를 0.2~0.3%포인트씩 낮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은 금리인하 직후인 지난 6월 중순, KEB하나은행은 한달 뒤인 7월 말 수신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다. 대출금리 상승에는 코픽스와 국고채 5년물 금리 등 시장금리 상승이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 대선 이전인 지난달 4일 시중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와 협약을 맺고 판매하는 적격대출 금리는 10년 만기 3.01~3.38%, 30년 만기 3.11~3.53%였다. 한 달이 지난 지난 2일 기준 적격대출 금리는 3.52~3.82%(10년 만기), 3.67~3.92%(30년 만기)로 각각 올랐다. 한달 새 금리가 0.4%포인트가량 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대출금리 인상과 수신금리 인상이 시차를 보이는 것은 시중자금의 단기화 때문이다. 시중자금은 안정적인 은행의 단기예금에 몰리지만 기업구조조정,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이들 은행이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383조5000억원으로 지난 2014년 말(312조5000억원)에 비해 71조원가량 늘어났다. 실세요구불 예금도 같은 기간 49조5000억원 늘어난 15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대기성 상품을 선호하고 이 때문에 시중자금도 단기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금융기관들의 투자처는 가계로 편중돼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자금순환에 따르면 금융법인이 공급한 자금 56조4000억원 중 가계와 비영리단체 대출금이 37조원에 달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완중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시중자금이 단기화되는 상황에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영업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면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이면서까지 시중자금을 끌어들일 필요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