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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트럼프 시대 개막 .. 각자도생에 대비해야

환율.한미FTA 등 난제 산적.. 상시적 소통 채널 강화해야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이날 미국 전역의 230여개 도시에서는 약 100만명이 참여하는 반(反)트럼프 시위도 함께 열린다. 취임식 날의 상반된 두 모습은 미국의 분열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즉 국제문제의 해결에 있어 세계와의 협력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운다. 이런 정책기조는 외교안보 면에서 고립주의, 경제에서는 보호무역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와 세계무역기구(WTO).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탈퇴 또는 재협상을 주장한다. 중국과 멕시코에 대해서는 각각 45%와 35%의 징벌적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한다.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사이에 국경장벽을 세우겠다는 입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세계의 주류 언론과 석학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트럼프의 무질서한 세상이 닥치고 있다"(CNN), "궁극적으로 제조업에 상처를 내 일자리를 잃게 할 것"(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국 이기주의가 세계를 파멸로 몰고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도 트럼프의 집중포화 사격권 안에 들어 있다. 핵심 이슈는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증액 등 세 가지다. 강경론자들로 채워진 새 외교안보 라인이 북한 김정은에 대해 물리적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면 1차 대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가 흔들리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 수출은 또 한번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 비율은 독일보다 높고 일본과 맞먹는다.

트럼프 신행정부가 어떤 카드를 들이밀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채널로 트럼프 측 인사들과 상시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을 방문 중인 빅터 차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18일 한 세미나에서 "트럼프가 한국에 전화하려 해도 받을 상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행정부에서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로 거명되는 인물이다. 이런 시기에 대통령 탄핵으로 생긴 외교안보의 공백이 너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