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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보수의 위기와 부활

[데스크 칼럼] 한국보수의 위기와 부활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두고 이를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해석하며 보수의 패배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는 집권세력의 헌법위반과 권력운용의 천민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공정성과 민주적 질서를 파괴한 국기문란 행위다. 여기에 대통령의 일탈이 한 몫을 크게 했다. 이는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정의와 부정의 관점에서 해석돼야 할 일이다.

한국의 보수는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뿌리로 국가의 주류 이념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로 볼 때 한국 보수가 위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집권세력인 보수진영이 '국가의 실패' '정치의 실패'를 가져왔기 때문에 정치 주도권은 진보세력으로 넘어갔다.

한국의 보수는 애국주의를 바탕으로 안보와 경제에 유능한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이념의 본령인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보수 본령의 가치는 전통, 청렴, 효율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에 있다.

흔히들 보수와 진보는 가정에 비유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가정의 울타리에서 부모님의 보호를 받고 살아간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보호하에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의식주를 해결해준다. 또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일되는 일을 가르치고, 어떤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정에는 보통 자애로운 어머니와 엄격한 아버지가 있다.

'자애로운 어머니'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혹독하게 처벌하기보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동기를 이해하고, 못난자식도 어루만지며 사랑을 준다. 이것이 진보의 원리다.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이다. 엄격한 아버지는 가장으로 엄격한 권위를 가지고 옳고그름을 분명히 한다. 아이들이 순종하지 않을 때 벌을 주고,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준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이 같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 하지 않고, 보수의 우산을 쓴 거물정치인을 따랐다. 보수이념을 주창하는 특정인물 밑의 텐트로 몰려들어 권력을 얻는 데만 열중했다. 그래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논쟁은 18세기 말엽 프랑스혁명을 놓고 벌인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와 급진적 혁명을 옹호한 토머스 페인 간의 대논쟁에서 비롯됐다. 버크는 사회는 항상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가 필요하지만, 급진적이거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기존 제도를 존중하는 개혁을 진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크는 또 개혁을 통해 체제와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며 수구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일대 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한국의 보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짓보수를 물리치고 참보수를 세우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아울러 참보수를 찾기 위한 노력에는 '꼰대'들의 반지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보수의 자기반성을 가로막는 관행적 전통으로부터 벗어나서 보수의 잘못을 드러내놓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보수의 궤도이탈에는 주목하지 않고, 진보의 음모쯤으로 생각하는 꼰대들의 확증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보수 부활의 첩경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