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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대권주자들의 성장담론을 듣고싶다

성장판 닫힌 한국경제.. 정치권엔 복지담론만 무성
성장 없는 복지공약은 위선

[염주영 칼럼] 대권주자들의 성장담론을 듣고싶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오는 2020년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대에는 평균 4%대의 비교적 건실한 성장을 지속했다. 이것이 2010년대 전반에 3%대로 낮아졌고, 후반에는 다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추세가 이어져 2020년대에는 1%대의 저성장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성장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람에 비유하면 한참 자라야 할 나이임에도 성장판이 닫혀 키가 자라지 않는 것과 같다. 국가경제는 활력을 잃고, 서민의 삶은 갈수록 고달프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하루 3000명씩 도산하고, 수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다운 일자리를 얻지 못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다.

이처럼 성장의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복지에만 매달려 있다. 대권주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시혜성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성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정부 안에서조차 성장에 대해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성장을 얘기하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복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되 복지에 쏟는 만큼의 열정을 성장에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성장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복지국가의 꿈을 실현할 수 없다. 복지는 돈을 쓰는 일이고, 성장은 거기에 필요한 돈을 버는 일이어서 그렇다. 아무리 복지 공약을 번지르르하게 내걸어도 경제가 성장을 실현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다.

그런 점에서 대권주자들이 복지공약을 쏟아내면서 성장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위선이다. 그들은 국가경제와 5000만 민생을 짊어지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이 나라의 대권을 차지하겠다고 나선 이상 국가적 과제인 성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도식적인 성장론을 내걸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권력을 잡는 것에만 집착하고 집권 후의 국정운영에 성심을 다하지 않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국가와 국민 모두의 실패가 된다는 점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대권주자들은 성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저마다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 후보자 상호 간, 또는 각 후보 진영의 정책 개발에 참여한 경제학자들 간에 진지한 토론이 이어져야 한다. 토론의 내용이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되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토론과 평가를 통해 대권주자들의 성장담론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사전검증을 거쳤다면 집권 후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대권주자들은 국민성장(문재인), 공정성장(안철수), 혁신성장(유승민), 뉴딜성장(이재명) 등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모두 이미지만 있고 내용물이 없다. 그래서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처럼 모호하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성장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인식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성장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담겨야 한다. 대권주자들의 입을 통해 그런 얘기를 듣고 싶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