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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기자의 '멍이 산책'] 반려견과 좋은 관계 만들려면 무조건 예뻐하기보다...

강아지 마음 읽는 게 먼저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세살 된 우리집 강아지 콩이(치와와)는 고양이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먼저 와서 안기기보다는 꼭 내가 먼저 가서 데리고 와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뭐 그리 좋아하는지, 쓰다듬기라도 하면 귀찮아하는 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날이 365일 중 360일이다.

이상한 일은 콩이가 우리 다섯 가족 중 유일하게 남동생에게는 강아지처럼 행동한다. 먼저 다가가 안기고 애교도 부린다. 우리집 가족 구성원은 아버지, 어머니, 나,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다. 남동생은 다섯 가족 중 가장 게으르며 콩이의 밥도 잘 챙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남동생이 밖에서 집에 들어오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먹다가도 달려가 꼬리를 흔들고 쫓아다니면서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더구나 남동생은 대학 입학 이후 내내 자취를 해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다가 최근 군대 입대를 앞두고 최근에야 다시 들어왔다.

콩이 목욕에다 손발톱을 깎아주고 간식까지 사서 먹이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나와 여동생 입장에서 보면 서운할 때가 적지않다. 그래서 최근 몇 주간 여동생과 콩이 그리고 남동생과 콩이의 동태를 유심히 살펴봤다. 여동생은 특히 콩이를 귀찮게 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졸려하는 콩이에게 간식을 사왔다고 막무가내로 먹이려 하는 데서부터 혼자 놀고 싶어할 때도 굳이 안고 쓰다듬는다. 뛰어놀고 싶어할 때는 되레 꽉 껴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에 비해 남동생은 콩이가 먼저 달려와 안아달라고 하면 안아주고, 콩이가 먼저 공을 물고오면 던져주고, 콩이가 쉬고 싶어할 때는 건드리는 법이 없다. 나도 남동생을 따라 무조건 먼저 다가가는 대신 살짝 무관심을 보이며 콩이가 먼저 다가올 때만 원하는 반응을 해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런 행동을 보인 지 이틀 만에 콩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변했다.
예전에는 귀찮다며 나를 피해다니기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거짓말처럼 콩이가 먼저 다가와 안기기 시작했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좋은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밀당(밀고당기기)'이 어느 정도 필요했던 것이다. 무조건 안고 쓰다듬기만 할 게 아니라 강아지의 마음이 지금 어떤지 헤아리면서 천천히 다가가야 강아지도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