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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속고발권 폐지 ‘교각살우’ 우려 크다

국회 공청회서 찬반 팽팽.. 소송대란·경영위축 우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예상대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여소야대 정치지형상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 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그동안 공정위가 대기업 편에서 형사고발을 너무 아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법이 몇 차례 바뀌었다. 1996년부터는 검찰이, 2013년부터는 감사원.중소기업청.조달청이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완전폐지 요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 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낸 데 이어 최근에는 대선 주자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주 의무고발요청권을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민간에도 부여하는 절충안을 들고 나온 이유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경제민주화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공정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들의 불만이 쌓여가는데도 고발요청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중소기업청의 고발요청권 행사는 9건, 조달청은 3건에 그쳤고 감사원은 1건도 없었다.

문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시민단체, 소액주주, 노조 등이 사소한 부분까지 고소.고발에 나서 소송대란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대기업보다는 대응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른바 선의의 역설이다. 실제 2013~2015년 불공정행위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된 기업 8097곳 중 85%가 중소기업일 정도로 중소기업 간 이해충돌 비중이 높다.

가뜩이나 요즘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최악이다. 대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국내에서는 규제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590개 경제법안 가운데 407개가 규제 관련이라는 통계도 있다. 엊그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법 개정안이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게 엄살이 아니다. 상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전속고발권 폐지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지난주 한국무역협회가 무역업계 대표 79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52.3%가 반대를, 27.6%가 신중 의견을 냈다. 경제민주화라는 대의도 좋지만 무작정 전속고발권 폐지를 밀어붙이기보다는 부작용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전문성을 가진 공정위조차 최근 과징금 소송에서 패하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지 않은가. 취지가 좋다고 반드시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