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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우중의 고언 "反기업이면 희망 없다"

"누가 한국서 기업할까" 반문.. 제조업 지원 정책도 시급해

'킴기스칸'으로 불렸던 세계경영의 선구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역동성을 잃어버린 한국 경제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주로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3월 23일) 참석차 귀국해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요즘은 기업가가 존경은커녕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를 걱정했다.

김 전 회장은 "자기 자식이 삼성전자에 취직하길 원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해야 속시원하다고 여기는 이율배반적인 시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기업을 이렇게 대우하면 누가 한국에서 기업하려 하겠는가"라며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알알이 옳은 말이다. '최순실게이트' 이후 광화문 광장에서는 반기업.반시장 정서가 뭉게뭉게 피어났고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입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는 4대 재벌을 콕 집어 개혁을 말했고 다른 주자는 비리 경제인에 대한 사면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정치권은 기업을 그저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가기 바빴다. 이래서는 기업가정신이 살아날 수가 없다.

김 전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기업정책을 부러워했다. 그는 "트럼프가 외국 기업들에 공장을 미국에 세우라고 한 건 기업인으로서 감각이 있어 그런 것"이라며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 고용과 양극화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혜택을 줘야 제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산업정책이 실종됐다. 그때부터 제조업에 대한 국가정책은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임금이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본사를 뉴욕으로 옮긴다고 하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지원대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 전 회장은 또 후배 기업인들에게 "기업인이 지갑 속에 있는 돈만 세는 순간 끝"이라며 다시 한 번 기업가정신을 세워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치권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원로 기업인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인들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기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는 게 그의 일갈이다. 입만 열면 기업을 옥죄는 공약을 내걸면서 돌아서서는 무너지는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외치는 대선주자들은 무슨 요술방망이라도 갖고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반기업 정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