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낙하산이여 영원하라

지지율 1위 文캠프 문전성시.. 차기정부서도 기승부릴 듯
낙하산 철폐 약속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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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짱'이다. 한 여론조사 업체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노무현 호감도는 50%에 가깝다(리서치뷰 2월 24일 발표). 박근혜.김영삼.이명박은 아예 상대도 안 되고 박정희.김대중마저 저만치 따돌렸다. 보수가 죽을 쑤면서 진보 아이콘 노무현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모양새다. 대선 지지율 1위 문재인은 음으로 양으로 노무현 덕을 보고 있다.

호감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역대 대통령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낙하산 인사에 능통하다. 박정희는 선.후배 군인들을 공기업에 내려보냈다. 김대중정부 때도 낙하산이 하늘을 수놓았다. 보수에서 진보로 집권세력이 바뀐 만큼 자리바꿈이 심했다. 이명박.박근혜도 보은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현은 어떨까. 대통령 당선인 시절 노무현은 "인사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참여정부 공신들은 야금야금 자리를 차지했다. 코드인사라는 말이 이때 유행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2007년 여름 '코드 공수부대 낙하산 요원' 명단 140명을 발표했다. 주로 당료.청와대.캠프.낙선자 출신이다. 같은 해 봄엔 공기업 감사들이 남미 이과수폭포로 '혁신포럼' 세미나를 떠난 걸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대통령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2006년 8월 방송의 날을 앞두고 KBS와 특별회견을 했다. "코드인사라고 하는데, 그것은 책임 정치의 당연한 원칙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러면서 덧붙이길 "이(낙하산) 인사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요,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을 계속 잘못된 것으로 이야기하면 국가 운영이 매우 어렵죠"라고 했다. 참 솔직하다. 그리고 정확하다. 노무현이 예측한 대로 낙하산 인사는 다음, 그 다음 정부에서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문재인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약속,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본 걸까. 이미 문재인 캠프는 문전성시다. 정치판을 기웃대는 폴리페서(정치+교수), 폴리크라트(정치+관료)로 북적인다. 분야별 자문단도 호화판이다.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며칠 전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매머드 (캠프)조직은 나중에 다 한 자리 달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낙하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정권을 잡으려면 인재를 그러모아야 한다. 이들이 뭘 바라고 후보에게 충성을 바치겠나. 알짜 보직이다. 옛날 왕은 공신들에게 땅을 줬다. 바로 공신전(功臣田)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공기업 이사장.사장.감사 자리는 현대판 공신전이다.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낙하산이 없으면 국가 운영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를 대든 낙하산은 정의(正義)에 어긋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플루트에 빗대어 설명한다. 가장 좋은 플루트는 누가 가져야 할까. 일류 연주자가 갖는 게 정의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빼어난 연주를 즐길 수 있으니까. 누군가 연줄을 동원해 플루트를 빼앗는다면? 최순실.정유라씨가 그런 짓을 하다 큰코 다쳤다.

문재인은 차기 대통령 1순위다. 적폐 청산이 대표 공약이다.
그런데 왕적폐라 할 낙하산 근절 약속이 빠졌다. 어딘지 이가 빠진 느낌이다. 집권하면 정치권 낙하산부터 대청소하겠다고 약속해야 진짜 특전사 출신답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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