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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슬라를 따라잡으려면

[기자수첩] 테슬라를 따라잡으려면

"당장 살 마음은 없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하기에 구경 왔다." "예쁘지만, 전기차 충전이 쉬워지기 전까지는 사고 싶진 않다."

지난 15일 국내 첫 매장을 연 테슬라의 스타필드 하남 매장. 오픈 시점인 오전 10시께 줄을 서있던 고객 대부분은 '관심은 크지만 당장 구매 의향은 없다'고 답했다. 전기차 충전시설 부족 등으로 당분간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 인프라가 확충되고 가격까지 크게 낮춘 '모델3'가 양산되면 테슬라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이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온도차는 '국산 전기차는 재미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단 디자인이 재미가 없다. 일례로 테슬라가 국내에 가장 먼저 들여온 모델S 90D의 경우 스포츠카 외관에 내부에는 17인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가 장착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계가 판매 중인 전기차는 대부분 모델들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디자인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외관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것이다. 심지어 모델명도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이름에 'EV(전기차)'만 붙인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전기차는 테슬라처럼 '재미있는 스토리'가 없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화성 식민지 구상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CEO이기도 한 머스크는 오는 2025년까지 인간을 화성에 착륙시켜 추후 식민지로 개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전기차 회사는 화성 개척시간을 벌기 위한 친환경 노력일 따름이다. 때문에 테슬라 차를 사는 구매고객은 지구의 환경오염을 함께 유예시키고, 언젠가 화성에 가서 살 수 있다는 그의 꿈에 한 표를 던지는 셈이다.

이처럼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연비절감, 친환경성 등 전기차만의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그것의 장점이 크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불편하다'는 인식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성큼 다가오고 있는 전기차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그래서 '(불편한) 전기차라도 꼭 사고 싶어지는 차'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