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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즌'의 한석규 "어떻게 하면 한석규처럼 안보일까 고민"

"현실서 없어져야 할 군주모습 익호役 통해 표현하고 싶어"
"살아남으려 몸부림 치는 하이에나 떠올리며 연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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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영화 '프리즌'
'낭만닥터'의 따스함은 어디로 가고, 이번에는 절대 악인이다. 어쩌면 오글거릴법한 '연기신(神)'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는 배우 한석규가 영화 '프리즌'으로 돌아왔다.

벌써 연기 경력만 25년, 이번이 23번째 영화다. '초록물고기'(1997년), '넘버 3'(1997년), '접속'(1997년),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쉬리'(1999년), '음란서생'(2006년), '베를린'(2013년) 등 수차례 갱신해 온 그의 대표작 행렬에 '프리즌'이 추가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의외로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 보였다. '프리즌'에서 그가 맡은 '익호'라는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면서 맹자와 순자의 성선설과 성악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까지 나왔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는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와 느린 말투로 다소 현학적일 수 있는 그의 생각들을 조곤조곤 털어놨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의식적인) 연기를 안할까라는 것이다. 연기를 영어로 하면 'act', 뭔가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보면 바보같은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 문뜩 든 생각이 '뭐든지 해서 탈이구나'라는 거다. 연기도 별 것 아니다. 어떤 연기자의 연기를 보고,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으면 그게 연기인거다"고 했다.

영화 속 캐릭터 '익호'에 대해서도 그 인물의 과거와 현재 등 스토리에 맞춘 것이 아니라 그저 '이미지'에 집중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수놈 하이에나를 떠올렸다. 살아남으려고 살이 뜯기고, 코도 떨어져 나가고 눈알이 빠지는데도 끝까지 발버둥치는데, 결국 산다. 익호도 그런 이미지로 만들려고 했다"고.

인물의 이미지로 중심을 잡으니, 말투나 걸음거리 등 부차적인 설정은 따라왔다.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관객들에게 익숙해진 한석규를 어떻게 변주하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 특유의 말투가 있잖아요. 관객에게 한석규라는 배우가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죠. 익숙해진 어떤 것을 깨뜨릴 때, 관객들이 '아 저 양반 봐라~'는 재미를 느끼는 거다"며 웃었다.

그런 그에게 '프리즌'은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주제와 소재, 즉 스토리에 끌린다. 그 다음이 인물이다. '프리즌'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이야기가 좋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실 '프리즌'은 '죄수들이 담장을 넘나들며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교도소'라는 파격적 소재와 촘촘한 이야기 구도로 충무로에서 수많은 입소문 탄 작품이다.

한석규는 이 작품의 익호에게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가 되기 위한 좋은 면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하면서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이 담겼다. 현실 속에서 없어져야 할 군주를 익호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맡은 역할마다 고뇌에 가까울 정도로 깊게 접근하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의 연기에 대한 점수는 짰다.
"'프리즌'에서의 제 연기 점수는 65점 정도? 가장 높은 점수는 '8월의 크리스마스'인데, 한 80점 정도다. 눈물까지 흘리며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임권택 감독님의 '짝코'는 90점, 정말 훌륭한 영화들이다. 내 소원 중 하나가 '짝코'를 리메이크하는 거다. 하하" 23일 개봉.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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