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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공무원 정치활동

공무원은 한 사람의 국민이며, 또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국민으로서는 정치적 기본권을 갖지만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도 함께 진다. 그런데 그 기본권과 의무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과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 사이에서 갈등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은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는 재임기간에 여당을 측면 지원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지원 발언을 했다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아야 했다. 가까스로 탄핵을 면하기는 했으나 선거법상 중립 의무 위반이 인정됐다. 2007년에는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발언으로 중앙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자 스스로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으나 기각됐다.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등도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과 2014년 정당 가입을 금지한 법률들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전국목민노동조합총연맹과 통합해 최근 출범식을 갖고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 11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공무원도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 후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구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행사에 참석해 공노총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수용할 뜻을 밝혔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들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공직사회의 정치적 오염이나 관권선거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 개개인의 정치적 자유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공권력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