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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사드보복에도 대중 수출 호조.. 왜?

[fn논단] 사드보복에도 대중 수출 호조.. 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길어질 조짐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보복 조치는 7단계로 이뤄지는데 지금은 5단계다. 외교적 비난, 비자 발급 규제, 단체관광객 통제, 위생점검 등 비관세 장벽 강화까지가 4단계다. 5단계는 세무조사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직접 제재다. 남은 6, 7단계는 자본시장 철수와 직접적 수출입 통제다. 중국 자본이 이탈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반중국 감정이 고개를 든다. 한국인의 중국 여행이 줄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TV홈쇼핑에서는 중국여행상품이 사라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철수 조짐을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인건비가 많이 오르고 규제 리스크는 여전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 지 오래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도 추락했다.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호감도가 3.21점으로 일본(3.33)보다 낮았다. 반중 정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내 사드 반대 여론도 올초 40%(한국갤럽)에서 이달 34.7%(코리아리서치)로 낮아졌다.

중국 내에서 자성론이 나오는 이유다. 기대했던 사드 철회가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이러다 한국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최근 폐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 다루지 않으면 통제하기 어렵다. 적대 세력에 반격의 기회를 줘 중국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우리만 손해일까. 지난해 한·중 교역 규모는 2113억달러다. 한국의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5%인 반면 중국 수출에서 한국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의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한국의 지난 2월 중국 수출은 28.7% 늘어 6년여 만에 최대다. 4개월째 증가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는 뻔하다. 한국의 중국 수출 물량 가운데 원자재.중간재 비중이 90%가 넘는다. 가공무역을 주로 하는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등 한국산 핵심 부품 없이는 하이테크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일본과 사이가 틀어졌다. 지난해 대만 독립을 주창한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된 후 양안 관계도 여전히 냉랭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마저 더 나빠지면 미국만 남는데 중국 경제에 득이 될 리가 없다.

한.중 경제는 이만큼 얽히고설켜 있다. 중국은 외교적 명분도, 경제적 실익도 없는 무차별 보복으로 한국의 반감만 키우고 있다. 서로가 지는 게임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2년 전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제조업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려 기술 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국 정부까지 무차별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게 그 이유다. 우리도 이제는 차분하게 '포스트 차이나'를 준비할 때다. 중국 특수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야 한국 경제의 체력도 강해진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