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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리더 수난시대

[차장칼럼] 리더 수난시대

중국 정치역사의 마지막 거인으로 추앙받는 마오쩌둥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해서도 안되고, 아랫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도 안되며, 최하위 간부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며 리더의 기본 덕목으로 겸양을 강조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올바른 상관은 부하가 감탄하고 또 감탄해서 심복(心腹)이 되도록 늘 수행해야 한다"고 리더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만큼 리더의 자리는 외롭고 힘든 길이라는 이야기일 게다.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 사회의 리더는 그 자체가 '독배' 취급을 받고 있다. 이른바 리더의 수난시대다. 위로는 국가지도자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어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아래로는 각종 협단체장들이 후임 인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협회장 기피 현상은 대기업을 회원사로 둔 협단체일수록 더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꼽을 수 있다. 전경련 수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은 이미 재임 당시부터 차기 회장 자리에 뜻이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작년 허 회장이 재임을 마치고 후임자를 백방으로 찾았지만 결국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전경련 역사상 처음으로 3연임을 해야 했다. 허 회장은 임기 내내 후임 회장을 물색하느라 적잖은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허 회장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지난달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허 회장은 또다시 회장직을 자신이 맡는 상황을 맞았다.

국내 시장 규모만 90조원에 이르는 석유화학산업을 대변하는 한국석유화학협회도 회장 구인난의 대표적 업종이다. 석유화학협회는 최근 정기총회에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롯데그룹 화학BU장)을 19대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허 사장은 18대에 이어 연임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허 사장은 올 총회 전날까지도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이자 절친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에게 후임 회장직을 맡아줄 것을 수차례 간곡히 권했다는 건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주요 회원사 대표들이 모두 고사하면서 허 사장은 수장 공백사태를 막기 위해 연임을 수락해야 했다. 현 회장들의 간곡한 부탁과 설득에도 전경련과 석유화학협회 회장직을 뿌리치는 이들의 이유는 공통점이 있다. "불확실한 시대에 회사경영도 빠듯한데 봉사직인 협회장까지 떠안을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선뜻 협회장을 맡았다가 받게 될 오너의 눈치도 부담스러운 속내가 있다.


게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기름을 부었다. 직접 연루된 전경련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웬만한 협단체들은 '최순실 트라우마'가 퍼지고 있다. 업계와 회원사들을 대변하는 리더의 자리가 어쩌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