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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골프 사업가로 변신한 '필드의 철학자' 강욱순

17일 '강욱순골프아카데미 in 안산' 오픈..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골프 사업가로 변신한 '필드의 철학자' 강욱순
지난 17일 오픈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강욱순 골프아카데미 in 안산' 전경.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골프 코스 내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 코스 밖에서는 비지니스맨으로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작년 9월에 타계한 파머는 1955년에 프로에 데뷔한 이후 통산 62승을 거두었다. 니클라우스는 PGA투어 통산 73승을 달성했다. 2016년에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운동선수 통산 수익 톱20'에 따르면 파머는 통산 13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니클라우스는 11억5000만 달러(약 1조360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 4위에 해당된다. 연봉과 상금, 보너스, 각종 광고 라이선스 등에 국한된 이 금액에 은퇴 이후 비지니스 결과치까지 더해지면 수입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국내 골프 스타 중에서도 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코스 안팎에서 두루 '성공'을 거둔 인물이 있다. '필드의 철학자'강욱순(51)이다. 강욱순은 1989년에 프로에 데뷔한 이후 통산 18승(해외 6승 포함)을 거두었다. 2015년부터는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서 활동하고 있다. 자신보다 2살 위인 '절친' 신용진(53)이 아직도 1부투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이른감이 없지 않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8년 민자개발 투자사업 아이디어 공모로 취득한 사업권 때문이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첨단로에 위치한 7만7249㎡(2만3368평) 규모에 건물과 설비 비용만 약 3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공사대금의 80%는 민간자본의 투자지만 나머지 20%는 자신이 충당해야 했다. 그는 33년 투어생활에서 벌어들인 피같은 돈을 종잣돈으로 그 사업에 쏟아 부었다. 눈만 뜨면 현장을 둘러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한 마디로 자신의 인생을 건 도박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7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강욱순골프아카데미 in 안산'이다. 그가 이 사업을 결정한 것은 선진화된 골프 교육 시스템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런 대의를 통해 돈을 벌게 된다면 물론 금상첨화다. 그가 골프 아카데미에 '올인'한 계기가 있다. 2003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50cm 거리의 짧은 퍼트를 놓쳐 미국행이 좌절되면서다. 당시 2부투어를 뛰면서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골프 아카데미를 눈여겨 보았던 그는 '언젠가 국내에도 선진 골프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돌아왔다.

아카데미는 건축 연면적 1만1784㎡(약3565평)로 단일 골프 아카데미로는 국내 최대다. 주요시설로는 비거리 200야드 짜리 실외연습장 120타석, 실내골프연습장(10타석), 스윙 및 퍼팅 분석실, P&P코스 9홀, 어프로치 연습장(레슨 전용홀), 강의실(CEO과정 개설), 헬스장, 사우나(남여 각각 2개씩), 수영장(25m 정규풀, 아동풀 및 유아풀), 헤어샵, 마사지샵 등이 있다.

동 시간대에 대략 2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한 공공 체육시설로 풋살장, 테니스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한궁장 등의 시설도 갖춰져 있다. 한 마디로 스킬, 체력, 멘털 등 골프를 구성하는 3요소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골프아카데미'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선수보다는 일반 아마추어를 위한 아카데미를 먼저 출발시키겠다"고 한다. 선수와 일반인들의 레슨은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이용료는 일반 아카데미보다 저렴하다. 건축, 토지의 면세 혜택을 이용객들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이다. 4홀 오픈 예정인 파3홀 이용 요금도 파격적으로 낮출 방침이다. 연회원은 남성 220만원, 여성 200만원이다. 오전 9시 이전은 시간당 타석 이용료가 1만3000원, 저녁 9시 이후는 1만원이다. 골프대중화에 일조한다는 차원에서다.

강욱순에게는 바람이 있다. 안산시가 골프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것과 자신의 아카데미가 2, 3호점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이다. 일단 긍정적 징후는 보인다.
임진한, 고덕호 등 국내 유명 골프 아카데미가 인근으로 옮겨온다는 것. 그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호 발전하다보면 안산이 우리나라의 신흥 골프 메카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시니어투어서 선수 생활도 계속하겠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한다. 그가 새롭게 그려갈 '인생 백9홀'이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골프 사업가로 변신한 '필드의 철학자' 강욱순
강욱순프로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