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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FBI

FBI는 할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나온다. FBI가 사건 현장을 덮치면 나쁜 놈이 죽거나 잡힐 때가 됐단 뜻이다. 지역 경찰과 관할권을 놓고 마찰을 빚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대개 지역 경찰이 툴툴대면서 FBI에 사건을 넘겨주는 걸로 끝을 맺는다. 한마디로 영화 속 FBI는 멋진 경찰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은 올해로 출범 109년째다. 원래 법무부 내 '수사국'으로 1908년에 설치됐다. 1924년은 FBI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해다. 이 해 29세 청년 존 에드거 후버가 수사국장으로 왔다. 1935년엔 간판을 FBI로 바꿔달았다. 물론 후버가 주도했다. 후버는 1972년 죽을 때까지 48년 동안 말 그대로 FBI를 주물렀다. 그를 거쳐간 대통령만 루스벨트.트루먼.아이젠하워.케네디.존슨.닉슨 여섯 명에 이른다. 워싱턴DC에 있는 FBI 본부 건물 이름은 'J 에드거 후버 빌딩'이다.

후버에겐 밤의 대통령이란 별칭이 붙었다. 대통령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으니 조무라기 정치인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후버가 대통령들의 약점을 잡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니 교체는 꿈도 못 꿨다.

후버가 죽자 그제서야 의회가 나섰다. FBI 국장 임기를 10년 단임으로 못 박았다. 사실 10년도 짧지 않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이다. 연임해도 8년이다. 임기 10년이면 최소한 대통령 두 명은 거친다. 의회는 종신집권 부작용을 없애되 권력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은 건드리지 않았다. 한국 경찰청장이 볼 때 FBI 국장은 부럽기 짝이 없는 자리다.

현 국장 제임스 코미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했다. 당당히 상원 인준도 거쳤다. 코미 국장 임기는 2023년까지다. 그래서일까, 코미가 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놓고 치받았다. 그는 20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에 출석해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은 누구든 조사 대상이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된통 걸렸다.
FBI는 불독이다. 한번 물면 놓질 않는다. 트럼프가 임기 내내 FBI한테 쩔쩔매게 생겼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