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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前 대통령 21시간 조사] 檢 특수본 법리 검토 돌입.. 최순실 공소장 수정 불가피

강요죄, 崔 혐의 ‘강요’ 변경.. 이재용 일부 무죄 관측
뇌물죄, 기업들 ‘뇌물 공여자’로.. 법정공방 부담 늘어
강요-뇌물 양립, 일각선 ‘예비적 공소사실’ 가능성 제기

[박 前 대통령 21시간 조사] 檢 특수본 법리 검토 돌입.. 최순실 공소장 수정 불가피
지난 21일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밤샘조사를 마치고 21시간 만에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사진=서동일 기자

[박 前 대통령 21시간 조사] 檢 특수본 법리 검토 돌입.. 최순실 공소장 수정 불가피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대기업들의 출연금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을 강요 및 직권남용 가해자로 볼지, 아니면 뇌물수수자로 볼지 고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강요 등 혐의를 적용할 경우 특검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도 강요죄로 변경되고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도 일부 무죄로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종전에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했던 강요 혐의가 반대로 특검 논리대로 '뇌물'로 일원화될 가능성과 두 혐의 모두 한 공소장에 담길 가능성도 거론돼 검찰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강요-뇌물 양립 어려워…공소장 곧 변경될 듯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씨 등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12월 1기 검찰 특수본은 삼성 등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을 압박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 보고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강요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검찰에서 공을 넘겨받았던 특검은 두 재단 출연금을 포함해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네기로 한 돈 433억여원 모두를 뇌물로 판단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돕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게 특검이 적용한 법리다.

검찰이 대기업을 강요와 직권남용 피해자로 봤지만 특검팀은 뇌물공여자로 법리를 구성했고, 이 사건이 다시 검찰로 돌아온 것이다.

현재 검찰은 최씨의 공소장 변경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검찰이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요와 뇌물공여는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근거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같은 사건에서 최씨는 강요죄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죄로 기소되는 모순된 상황은 있을 수 없다"며 "뇌물수수자가 있으면 당연히 뇌물공여자도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朴 적용 혐의 따라 崔 공소장도 수정 불가피

우선 검찰이 재단 출연 부분을 강요로 판단할 경우 특검이 추가로 기소한 최씨의 공소장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출연 대기업들로서는 강요의 피해자로, 무죄의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앞서 1기 특수본은 대기업을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판단해 대기업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특검은 한정된 수사기간 때문에 삼성 외 대기업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들 역시 뇌물공여자라는 시각에 무게를 뒀다.


다만 검찰은 삼성의 경우 재단 출연과 별개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우회적으로 지원한 부분, 면세점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가 재단 출연과는 별개로 낸 지원금과 사면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SK가 낸 출연금은 사실상 뇌물 성격에 가깝다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무거운 양형의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최씨, 재단 출연 기업들로서는 피말리는 법정공방을 펼쳐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하게 된다.

일각에선 검찰과 특검이 하나의 범죄사실로 공소장을 일원화시키기보다는 각각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계산으로 '뇌물'을 주위적(주된) 공소사실로, 뇌물죄가 기각될 경우를 대비해 '강요'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함께 공소장에 담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