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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강세 내달까지 지속".. 시장은 환율 1090원에 베팅

美보호무역 약달러 주도.. 금리 정상화 속도 완화
유일호 "원화 상승 상태"

"원화강세 내달까지 지속".. 시장은 환율 1090원에 베팅

최근 두드러지는 원화 강세 흐름은 짧아도 4월까지는 계속될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달러 약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완화된 점도 약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코앞에 다가와 있어 외환당국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도 당분간 원화 강세를 지속시킬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원화 강세 흐름에 대해 "(환율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을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이후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불과 이틀 사이 10원이 넘게 급등락을 반복할 만큼 큰 변동성을 보였다. 유 부총리도 이에 대해 "불과 몇 달 전을 생각해보면 이게 강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이긴 하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 가치가 상승돼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언급은 원화 강세가 추세적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 시점에서는 일단 상승한 것은 맞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시장은 원화가치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90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3.4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저점인 1090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선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의 전반적인 회복세가 수출물가의 가파른 상승을 이끌면서 원.달러 환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은 세계 경기 회복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5개월째 상승세를 타는 한국 수출은 특히 지난달 석유류.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호조와 조업일수 증가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2% 늘어 5년 만에 최대폭으로 커졌다.

다음 달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다. 실제 매년 4월과 10월 미국에서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시점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5월과 11월에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4월에 환율이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가져올 수 있다.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원화 강세로 인한 타격을 크게 입는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생산 비중이 전보다 크고 환헤지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작다.

반면 원화 강세는 달러화 채무가 많은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 덕분에 수입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는 효과도 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