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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전통의 야도(野都)’광주 "될 사람 뽑아야" "호남 푸대접" .. 문재인을 향한 두갈래 민심

(2)‘전통의 야도(野都)’ 광주
굳건하지 않은 文 대세론
"배신감은 들지만 대안이 없어" 대세 흔들리면 지지 바꿀 수도
대체 주자 찾는 민심도
젊은층, 안희정.이재명 관심.. 안철수 지지층도 아직 탄탄
아직은 관망세가 우세
민주당 경선 결과 따라 요동.. 탄핵 이후 민생공약도 변수로

[출렁이는 대선 민심, 현장을 가다] ‘전통의 야도(野都)’광주 "될 사람 뽑아야" "호남 푸대접" .. 문재인을 향한 두갈래 민심

【 광주광역시=김은희 기자】 "뭐 이번엔 문재인이 된다고 봐야 하지 않겄어. 이미 그쪽으로 다 쏠린 것 같은디?"

광주 송정역 인근에서 수제화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다만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가 있진 않다"면서도 문 전 대표는 못 미덥다고 했다. "약속을 안 지켜. 광주에 안 좋은 얘기도 몇 번이나 했잖여. 주변에도 보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어."

지난 20일 찾은 광주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은 유효했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도 문 전 대표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대세론이 굳건하진 않았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대체할 다른 주자가 없어서'라는 대세의 이유는 곧 누구든 얼마든지 다른 주자로 갈아탈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세곳의 시장에서 만난 광주시민의 표심은 문 전 대표에게 기울어 있었다. 송정역시장에서 자전거수리점을 운영 중인 문모씨(69)는 "특별히 지지하는 사람이 없지만 될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같은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정모씨(46)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으냐"면서 문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찍었다. 송정오일시장에서 만난 김모씨(60)는 "배신감이 들기는 하지만 문재인 빼고는 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도 공존했다. 택시기사 박모씨는 "안희정 지사가 비전이 있는 것 같아 호감이 가지만 경선에서 문 전 대표를 누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남대 3년생인 김모씨도 "개혁의지가 많은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지만 경선 이후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냥 누구를 지지하느냐고만 물었을 뿐이었다.

장노년층 중심으로는 반문 정서가 여전히 컸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80대의 신모씨는 "문재인이 돼선 절대 안된다"고 호통쳤다. 그는 "문재인이 호남에 어떻게 했느냐"면서 "호남이 지지 거두면 대권에도 도전 안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매번 거짓말만 한다"고 꼬집었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60대 강모씨는 "민주당은 호남을 푸대접하고 계파싸움만 벌인다. 안그래도 불안한 국가가 더 어지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전 대표의 최근 전두환 표창장 발언 등에 화를 내는 시민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진 것과 달리 현장에선 국민의당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시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안철수 현상'의 불씨도 살아 있었다. 다만 당은 물론 대표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도 급격한 하락으로 본선 경쟁력에는 대체로 의문을 표했다.

12년째 택시를 몬다는 50대 조모씨는 "안 전 대표가 분열된 국론을 포용할 수 있는 지도자감"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결국 문재인이냐 안철수냐의 싸움인데 문 전 대표 지지율이 30% 선이면 안 전 대표가 20%까지는 따라가야 하는데 지지율이 너무 안 올라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안정적인 국가운영이 필요한 때"라며 "안 지사를 지지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떨어지면 안 전 대표에게 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만난 광주시민 30여명이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하나같이 "그래도 아직은 지켜봐야제"였다.
누구로도 마음을 굳히진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 마지막으로 10여분간 대화를 나누던 택시기사 정모씨는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아직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린 것 같지는 않다"면서 "나라가 너무 시끄러웠던 만큼 혼란을 잠재워줄 지도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 아니겠느냐. 누가 민생경제를 잘 살릴 수 있을지, 그걸 지켜보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어땠느냐보단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지 않겄어, 기자 양반." 광주의 민심은 아직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다는 게 정씨의 말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됐다.

eh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