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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4이닝 무실점’ 류현진 개막전 OK

2년 휴업 후 완벽피칭 역시 괴물.. 개막전 로테이션 합류 무난할듯
5㎞ 가량 줄어든 구속은 아쉬움

"어떻게 할래?"

류현진(30·LA 다저스.사진)이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물었다. 불과 하루 전만해도 로버츠 감독은 명확한 대답을 갖고 있었다. '개막 로테이션은 아직 무리야.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자.'

로버츠 감독이 느긋한 이유는 다저스의 4, 5선발 후보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 실력으로야 류현진이 으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부상으로 사실상 2년을 휴업했다. 다시는 악몽 속으로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LA 지역 신문인 '오렌지 카운티 리지스터'의 빌 플런킷 기자도 로버츠 감독의 생각과 같았다. 21일(이하 한국시간)까지만 해도 류현진이 개막일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은 불안했다. 류현진이 5일 만에 꾸준히 등판해서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을까? 의심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22일 밀워키 브루워즈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던졌다. 1피안타 무실점. 완벽에 가까운 경기였다.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손쉽게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들 가운데 지난해까지 NC에서 활약한 에릭 테임즈도 포함돼 있었다. 2회 테임즈의 첫 타석이 압권이었다. 류현진은 5개 공으로 테임즈를 삼진 처리했다. 투수 교과서대로 커브와 직구를 번갈아 던졌다. 4구째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한 다음 커브로 루킹 삼진. 절묘한 볼 배합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켄 구르닉 기자는 "(류현진이) 선발 합류를 위해 또 한번 멋진 투구를 했다"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의 소감은 어땠을까? "오늘 류현진은 매우 효과적으로 던졌다.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만약 그가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다저스는 더욱 좋은 팀이 될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았다."

류현진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했다. "이제 던질 준비가 다 됐다. 직구 스피드가 좀 더 나오면 좋겠지만 정타를 허용하진 않았다. 특히 변화구가 좋았다. 어깨의 피로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역시 스피드가 문제인가. 로버츠 감독도 좀 더 빨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류현진은 2~3년 전 평균 140㎞ 후반의 직구를 던졌다. 올 봄에는 140㎞ 초반에 그치고 있다. 5㎞ 가량 차이가 난다.

"나는 스피드로 타자를 잡아내는 타입이 아니다. 스피드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훨씬 수월하게 타자를 상대할 것이다. 페이스는 2~3년 전과 비슷하다. 6이닝까지 던질 수 있게 되면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고 보면 된다."(류현진)

류현진은 2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전에 다시 등판할 예정이다. 5일 쉬고 던지게 된다. 정상보다 하루 더 쉰다. 휴식일을 끼고 있어 사실상 팀의 로테이션에 맞춘 결과다. 이 경기서 6이닝 이상을 무난히 소화하면 개막 로테이션 합류에 도장을 찍을 듯 보인다.


류현진은 2이닝 무실점, 3이닝 1실점, 4이닝 무실점으로 점차 이닝 수를 늘려왔다. 총 9이닝 1실점으로 평균 자책점 1.00. 메이저리그 신인이던 2013년 몬스터 시즌(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이 떠오른다. 기대된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