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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넉달만에 50달러 붕괴…OPEC 감산 연장할까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지난해 11월말 이후 4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셰일석유 증산 여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5월말로 끝나는 감산을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지만 미 셰일석유 등의 증산이 석유시장을 앞으로도 초과공급 상태로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장중 50달러 선이 무너졌다.

전일비 낙폭이 1.25달러에 이르러 배럴당 49.71달러까지 밀렸다. 지난해 11월 30일 OPEC이 감산에 합의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해 결국 전일비 32센트 밀린 50.64달러에 마감했지만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기술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뉴욕유가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20센트(0.4%) 하락한 48.04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하락 직접 원인은 막대한 미 석유 생산물량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 석유공급은 495만배럴로 198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산유량이 크게 늘면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유전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 석유생산은 5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하루 913만배럴로 늘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가동 중인 유정 수도 2015년 9월 이후 최대 규모인 631개로 집계됐다.

스트래티직 에너지 앤드 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사장은 "시장에 석유가 너무 많다"면서 "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아직 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OPEC 회의는 오는 5월 25일 감산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감산 부담을 가장 크게 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OPEC과 비 OPEC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사우디 등 일부 중동 산유국들만 감산합의를 지키고 나머지 감산참여국들의 감산이행률이 낮아 시장 점유율만 낮아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그러나 이같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감산 연장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도 있다.

RBC 캐피털 마켓츠는 21일 보고서에서 "높은 수준의 재고로 인해 사우디는 여전히 감산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감산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유동적인데다 감산을 연장해도 그 과실은 미국, 캐나다 등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감산 연장 실효성에 대한 의문, 감산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 등 부작용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석유정책을 결정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렉산더 노박 석유장관의 태도가 관건이다. 노박 장관은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감산합의를 잘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러시아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산유국간 공조에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이라크도 관건이다.

자바르 알 루이에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라크로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처럼 감산합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UBS 산하 EM 크로스 자산전략의 글로벌 책임자 바누 바웨자는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조만간 45달러선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