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뉴질랜드, 기준금리 동결…"금리인상 서두르지 않겠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23일 기준금리(OCR)를 사상최저 수준인 1.75%로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고삐를 죄고 있지만 뉴질랜드 당분간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국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압력을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1년 안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레임 휠러 RBNZ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부양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수많은 불확실성, 특히 국제전망 면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이에따라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휠러 총재는 특히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뉴질랜드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을 우려했다.

미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통화정책 고삐를 죄기 시작했고, 뉴질랜드 경제에 영향이 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시작되며, 프랑스와 독일 선거 등 유럽 수출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굵직한 선거들이 유럽에서 예정돼 있다.

휠러는 글로벌 리스크가 뉴질랜드 경제 성장에 충격을 주고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1~3% 중간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억제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2012년 취임 이후 뉴질랜드 물가상승률은 목표를 계속 밑돌았다.

휠러는 "최근의 단발적인 식료품, 수입물가 상승으로 지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앞으로 1년간 변동을 거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정책) 목표치의 중간 범위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예상보다 2년 이상 빠른 이번 분기 중에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휠러 총재는 뉴질랜드달러(NZD) 가치 상승을 우려해 금리인상에 유보적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금리인상 기조로 접어들면 뉴질랜드달러 가치 역시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달러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속에 2월 이후 교역가중치 기준으로 4% 급락했다.

휠러는 그렇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는 고무적인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균형잡힌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리동결은 확실시됐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1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16명 전원이 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향후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15명이 연내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고, 1명은 인하를 예상했다.

ANZ은행은 분석노트에서 "RBNZ은 경기전망이 여전히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에따라 정책 기조 전환 역시 서두리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ANZ은 이어 "전망에 변화가 없다"면서 "다음번 OCR 행보는 인상이지만 내년 중반까지는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휠러총재는 뉴질랜드 부동산 과열이 진정되는 것에 일부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집값 상승세가 완만해졌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대출기준 강화에 따른 것"이라고 자평했다. 휠러는 그러나 "계속되는 (주택) 수급 불균형을 감안할 때 이같은 상승세 둔화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RBNZ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주택대출을 억제하는 새로운 규정들을 도입했고, 이후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의 집값 오름세가 꺾이는 등 과열이 진정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