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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낮보다 더 신나는 곳, 여행자 발길 잡는 야시장 5곳
주머니 속 만원이면 행복 닭발양념 같은 인생 여행
푸짐한 야식에 사람 구경까지.. 사는 재미가 뭐 따로 있나요~
부산 깡통야시장..국내 최초 상설 야시장답게 먹거리도 다양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버섯새우말이.무떡볶이 등 이색 메뉴로 가득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야시장..매주 금.토요일 오픈.. 평균 9000명 다녀가
광주 1913송정역야시장..문연 지 104년.. 리모델링 후 젊은손님 늘어
목포 남진야시장..70년대 아이돌 가수 남진 이름 따 만든 시장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야시장엔 서서스테이크, 즉석소고기불초밥, 가리비치즈구이, 해물볶음우동, 감자말이튀김 등 1000~5000원대 먹거리가 즐비하다.

산과 바다 여기저기에서 온통 봄기운이 꿈틀거린다. 이맘때는 맛있고 재미난 야시장 나들이가 여행의 풍미를 드높인다. 미식가와 식도락가, '먹방' 여행자라면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전국에서 열리는 야시장엔 낮보다 더 화려한 밤이 펼쳐진다. 최근 들어 야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이며 문화관광명소로 바뀌어가고 있다. 야시장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인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야시장 곳곳에서 음식 냄새가 풍기고 사람들의 말소리는 끊기질 않는다. 해가 지기 전인 오후 6시 무렵 야시장엔 가족과 연인, 친구, 직장동료 등 손님이 삼삼오오 찾아들기 시작한다. 몇몇 인기 있는 점포는 아직 음식이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길게 줄이 이어진다. 저마다 독특하고 기발한 레시피로 손님을 불러모으는데 웬만한 산해진미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여행지를 따라 훈훈한 인심이 넘치는 '야시장 여행'을 떠나보자.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부산 깡통시장 할매 유부전골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부산 부평시장 어묵 매장

■부산 깡통야시장
부산은 언제 누구와 함께해도 즐거운 도시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해 두 번, 세 번 찾아도 늘 새로운 코스로 여행할 수 있다. 화려한 도심이 있는가 하면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마을이 있고, 한 걸음만 옮겨도 아름다운 바다와 해안산책로가 반긴다. 매력적인 야간 코스도 한몫한다. 부산 부평깡통야시장은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골목 110m 구간에 매일 들어선다.

 
넓은 시장 안에 죽집 골목과 패션 거리, 한복 거리가 들어섰고 의류와 침구류, 잡화, 농산물, 육류, 수산물 등 취급하는 품목도 다채롭다. 출입구만 8개다. 야시장은 그중 3번과 4번 출입구를 잇는 골목 안 110m 구간에 들어선다. 매일 오후 7시30분에 이동판매대 30여개가 줄지어 입장하며 개장을 알린다. 튀기고 굽고 지지는 냄새가 순식간에 골목을 채우고, 아케이드 천장에 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분위기를 돋운다. 국내 최초 상설 야시장답게 먹거리도 다양하다.

소고기를 구워 한 입 크기로 잘라주는 서서스테이크, 빵 속에 따뜻한 수프가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파네수프, 주문과 동시에 토치로 익히는 즉석 소고기불초밥, 고소한 모차렐라를 얹은 가리비치즈구이, 냉면구이, 대패사무라이, 오코노미야키, 감자말이새우튀김, 해물볶음우동, 케밥 등 각양각색 음식이 출출한 여행자의 눈과 코를 자극한다. 값은 1000~5000원대로 이것저것 골라 먹어도 부담이 없다.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대구 교동 도깨비 야시장 먹거리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

대구 교동 도깨비야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대구역과 가까운데다 젊고 활기찬 동성로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젊은 여행자를 끌어모은다. 교동귀금속거리, 야시골목, 구제골목, 통신골목 등 동성로의 명물 골목 구경과 야시장 탐험을 엮으면 재미난 하루 코스가 된다. 오동통한 새우와 팽이버섯을 삼겹살에 돌돌 말아 구운 버섯새우말이, 토치를 이용한 직화구이 불막창, 무즙을 사용해 만든 무떡볶이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메뉴가 없다. 점포 사이에 간이테이블이 마련돼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다.

토요일마다 함께 열리는 플리 마켓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독특한 먹거리와 핸드메이드 소품 등을 파는 점포가 늘어서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다. 손글씨로 꾸민 엽서와 드라이플라워, 꽃고무신, 더치커피 등 야시장과 더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요일에는 시장 골목을 벗어나 대구역 맞은편 대우빌딩 앞부터 옛 한일극장 횡단보도 구간 사이 넓은 공간에서 열린다. 다양한 먹거리와 작은 콘서트, 공연 무대 등 볼거리가 많아 가볼 만하다.

도시철도3호선(모노레일)이 경유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모노레일 관광코스'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모노레일은 대구의 북구에서 남구와 중구를 지나 수성구까지 달리는 대중교통으로 대구의 명소들이 이어진다. 앞산전망대·수성못 등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야경투어코스, 대구사격장·이월드·대구스타디움 등 활동적인 코스로 구성된 체험여행코스, 서문시장·동성로·안지랑곱창골목 등 대구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미식여행코스로의 이동이 모두 가능하다.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야시장

수백채 한옥 지붕 위로 달빛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상인들이 문 닫고 돌아간 전주 남부시장에 오방색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 열린 것이다.

매주 금.토요일이면 길이 250m 시장 통로에 이동 판매대 45개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먹거리와 공연, 즐길거리가 풍성해 여행자는 물론 주민도 자주 찾는 곳이다. 주말 야시장에 다녀가는 손님은 평균 8000~9000명. 에너지 넘치는 청년 상인과 손맛 좋은 다문화가정 사람들, 시니어클럽 어르신이 저마다 '비밀 병기'로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아케이드 시설이 갖춰져 궂은 날씨에도 끄떡없다.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한 무조건 열린다. 2층에 위치한 청년몰은 야시장보다 한 발 앞서 남부시장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숙소로 발길을 돌리기 아쉬운 당신, 색다른 밤을 선물할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으로 가보자.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은 풍남문으로 향하면 찾기 쉽다. 풍남문에서 가까운 북문, 남부시장주차장이 있는 동문, 천변주차장 쪽 남문, 서문 모두 오방색 조명으로 밝힌 간판이 입구를 밝힌다. 십자로에 늘어선 야시장 판매대는 각양각색이다. 야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먹거리가 45개 판매대 중 31개다.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전주에 왔으니 여기저기 다니며 배불리 먹었다 해도 이곳 야시장의 유혹을 견디지 못할 터. 오직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광주 1913송정역야시장 꽈배기.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지난해 4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광주 1913송정역야시장은 투박하고 낡은 공간에 청춘의 감성을 더해 한층 세련되고 젊어졌다.
■광주 1913송정역야시장

요즘 광주 여행의 키워드는 '회춘'이다. 투박하고 낡은 시간에 청춘의 감성을 덧칠해 많은 곳이 젊어지고 환해졌다. 그 복판에 있는 것이 '1913 송정역시장'이다. 1913 송정역시장의 나이는 104살이다. 1913년에 형성돼 2016년 4월에 리모델링했다. 이로써 컴컴하고 한산하던 시장이 한층 밝아지고, 찾는 이도 대폭 늘었다. 세련되게 단장하고 업종도 한층 다양해져 20~30대 젊은층의 방문이 대폭 늘었다. 그 정점에 밤이 있다. 리모델링 때부터 본격적으로 개설, 운영한 야시장 덕분이다. 저녁놀이 지고 노란 조명이 하늘을 촘촘하게 채울 때면 야시장 특유의 달뜬 분위기와 수런거림이 함께 켜져 재미도 두 배, 활기도 두 배다.

시장은 광주송정역에서 200m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최근 광주송정역을 거쳐 가는 자유여행객의 쉼터로 인기인 이유다. 시장에는 KTX 광주송정역 대합실도 있다. 실시간 열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과 무인 물품보관소 등이 설치됐다. 시장의 규모는 작다. 골목이 직선으로 170m 정도라 이 끝과 저 끝이 한눈에 담긴다. 여기에 재기 발랄한 청년 상인들의 점포와 각자의 터전을 재해석한 터줏대감 상인들의 점포 60여개가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그런데 생경하지 않고 조화로우며, 옛날 느낌 물씬 풍기는 세트 같다. 리모델링할 때 종전 시장의 몸에 현대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입힌 덕분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시장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청춘발산마을과 양림동역사문화마을 등도 함께 둘러보자. 광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직공원전망타워도 눈길을 끈다.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
목포 남진야시장 입구의 남진 조형물.

■목포 남진야시장

목포역에서 2㎞ 남짓,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자유시장 한쪽에는 매주 금.토요일 저녁 야시장이 문을 연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라 불리며 1970년대를 풍미한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남진야시장이다. 목포가 고향인 남진이 전통시장 살리기에 동참해달라는 목포시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지난 2015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수 이름을 딴 야시장답게 'T 자형' 시장 전체를 '남진 콘셉트'로 꾸몄다. 입구에서 마이크를 든 가수 남진의 조형물이 손님을 맞는다. 야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남진을 모르는 자녀들에게는 그 시절 아이돌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가수 남진에 대한 부모의 설명이 이어진다. 조형물 뒤로 '목포의 밤 남진야시장' 간판이 불을 밝힌다. 그 아래 자동문으로 들어서면 양쪽에 전성기 남진의 초상화와 앨범, 출연 영화 포스터 등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여기부터 대략 100m가 남진야시장의 메인 도로다.

야시장 좌우로 들어선 수산물과 건어물 상점 사이에는 '맛의 도시' 목포의 먹거리를 파는 포장마차형 노점이 일렬로 자리 잡았다.
원래 종전 상점들의 좌판이 있었는데 야시장의 취지에 공감한 상인들이 흔쾌히 자리를 내준 것이다. 먹거리 판매대에는 목포의 전통음식인 홍어삼합과 홍어전, 나무젓가락에 돌돌 만 낙지호롱구이, 토치로 '불 마사지'를 받는 큐브스테이크까지 입맛과 시선을 사로잡는 먹거리가 많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만드는 외국 음식도 눈에 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yes+ 레저] 야금야금 밤을 먹는 사람들, 인정 넘치는 夜시장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