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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칼럼] 진짜 경제대통령감 어디 없소

표 노린 퍼주기 공약 봇물 속 반시장.반기업 정책 버젓이
성장.고통분담은 말하지 않아

[이재훈 칼럼] 진짜 경제대통령감 어디 없소

대선이 임박하며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지자 후보들이 몸이 달았다. 양강 구도를 구축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일자리대통령' '교육대통령' '미래대통령'을 표방하더니 이제는 '안보대통령' '중소기업대통령' '경제대통령'을 외치며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기업적 경제민주화 공약을 제시했던 두 후보는 요즘 경제단체나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며 친기업 행보를 펼치고 있다.

두 후보의 경제 문제 인식에 다소간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규제가 신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금지된 것만 빼고 다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도 대한상공회의소 초청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규제프리존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나아가 "경제와 일자리는 기업의 몫" "반기업정서는 실체가 없으며 기업인이 존경받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두 다 옳은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규제프리존법 통과 주장에 대해 "이 법은 대기업 청부입법"이라며 극구 반대했다. 이럴거면 문 후보는 네거티브 규제 운운하지 말았어야 했다. 안 후보는 기업을 '테이블데스(수술중 환자사망)'에 빠뜨린다는 상법 개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재벌개혁은 모든 후보가 내거는 공약이다. 후보들은 통신비 인하,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 등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도 버젓이 내놓고 있다. 기업은 여전히 동네북이다.

두 후보는 그러나 중소기업은 아낌없이 밀어주겠다는 자세다. 문 후보는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세번째 채용직원은 국가가 3년간 임금을 주겠다고 했고, 안 후보는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정작 중소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타파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개혁에 대해선 누구도 말이 없다.

이런 모순이 나타나는 것은 후보들이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시각으로 정책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경제를 살려낼 성장 해법도, 국가 경영을 위한 청사진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내놓는 것은 그저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복지.일자리 공약뿐이다. 그나마도 재원 문제는 모호하다. 11년째 국민소득 3만달러 벽에 막히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나라가 이래도 되나.

진짜 '경제대통령'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첫번째 국정 과제로 '경제살리기'를 꼽았다. 안보, 적폐청산과 개혁, 국민통합, 복지확대 등은 뒷순위였다. 이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는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국가부도 위기에 집권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국가는 국민에게 젖을 주는 유모가 아니다"라며 노동.복지제도 전반을 대수술해 나라를 살려냈다.


경제대통령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치열한 구조개혁과 이에 따르는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문 후보가 12일 발표한 '사람경제 2017' 프로젝트에도 이런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안 후보는 종합적인 경제공약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 이미지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